8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신상옥 감독은 메가폰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 했다. 2004년에는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아낸 신구, 김지숙 주연의 ‘겨울이야기’를 연출해 노익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75번째 감독 작품이자 유작이 된 ‘겨울이야기’는 극장에 걸리지 못하는 비운을 맞았다.
신 감독은 북한을 탈출한 이후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아시아적 소재를 바탕으로 세계 무대를 겨냥한 대형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2000년 서울에 정착하기 전까지 그는 명성황후의 삶과 구한말 열강들의 긴박한 대립을 담은 ‘마지막 황후’의 영화화를 꿈꾸며 미국에서 동분서주했다.
신 감독은 ‘마지막 황후’의 제작이 물거품이 된 이후 필생의 역작으로 여긴 ‘칭기스칸’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고인은 10년 넘게 ‘칭기스칸’의 시나리오를 다듬고 제작비를 끌어 모으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신 감독 연구를 위해 자료를 수집중인 조희문 상명대 영화학부 교수는 “고인은 이미 ‘청일전쟁과 여걸 민비’(1964) 등을 만들며 대형 역사극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칭기스칸이라는 인물에 많은 매력을 느껴 생전 영화화에 굉장한 의지를 나타냈었다”고 말했다. 한편 SBS는 17일 0시55분에 신 감독의 유작 ‘겨울이야기’를 방영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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