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 그룹이 금융감독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업은행 등에 로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수사 시작 이후 로비 대상이 확인된 것은 처음으로 향후 검찰 수사가 금융권과 경제부처 쪽으로 급격히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차 그룹의 비자금 및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영수 부장)는 13일 그룹으로부터 계열사 등의 채무 탕감 부탁을 받고 거액을 챙긴 안건회계법인 전 대표 김동훈(57)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1년 7월 서초구 양재동 소재 현대차 본사 주차장에서 현대차 기획본부장 김모씨로부터 기아차 부품공급업체인 아주금속공업의 담보부 채무 175억원 등 빚 300억원을 탕감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김씨는 평소 잘 알고 지내는 금감원 캠코 산업은행 고위급 인사에게 청탁해 채무조정을 성사시켜 주겠다며 1억5,000만원을 받아 챙기는 등 같은 해 12월까지 4차레에 걸쳐 아주금속공업 채무조정과 관련해 4억3,000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현대차 그룹 계열사인 위아의 채무조정과 관련해서도 2002년 2월 이 회사 재경담담 임원인 한모씨로부터 안건회계법인 지하주차장에서 3억5,000만원을 받는 등 같은 해 6월까지 10회에 걸쳐 37억3,000만원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는 두 회사의 채무 2,000억원을 조정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모두 41억6,000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몽구 회장이 17~19일 중국을 방문키로 함에 따라 검찰 소환 시기가 늦춰질 전망이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현대차측에서 12일 ‘정 회장이 중국 베이징(北京) 현대차 제2공장 및 연구개발센터 착공식에 참석할 예정인데 출국해도 되겠느냐’고 물어와 사업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허용했다”고 밝혔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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