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춘계정상회의에서 다짐한 ‘개혁 드라이브’가 한 달도 채 못돼 역풍을 맞고 있다.
EU 25개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달 23~24일 브뤼셀에서 지난해 수정한 ‘리스본 어젠다 2’에 따른 성장ㆍ고용 확대를 위한 경제개혁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성장률과 소비자 신뢰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구조개혁 등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을 약속했다. 노동시장 유연정책으로 2010년까지 1,0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러나 노동시장 유연화의 첫 실험대로 간주된 프랑스 정부의 최초고용계약법(CPE)이 좌초하면서 ‘개혁의 좌절’을 예고했다. 여기에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연합이 이탈리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역풍의 바람은 태풍으로 발전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현 우파연합 정부의 자유시장 개혁이 뒷걸음질 칠 가능성 때문이다.
프랑스 총리실의 경제분석 자문을 맡고 있는 엘리 코언은 “CPE 폐기와 함께 노동법 개혁은 몇 년간 동결됐다”며 “어느 정치인도 손대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일간지 라 트리뷴은 “개혁의 희망이 사장됐다”며 “내년 대통령 선거 전 12개월 동안 어떤 중요한 개혁도 시행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내년 대선의 유력 주자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도 개혁의 전도사란 이미지에서 점차 거리를 두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패배한 데 대해 “프로디는 중도좌파 연합 내 극좌세력의 요구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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