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하다. 4일 방송된 KBS2 ‘상상플러스’에서 ‘손가락 욕’을 해 물의를 빚은 이휘재의 행동을 보면 그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녹화 중임을 뻔히 알면서도 다리 밑으로 정형돈을 향해 슬쩍 가운데 손가락을 내민 행동은 ‘장난’일 수는 있어도 ‘실수’는 아니었다. 술자리에서도 얼굴을 붉힐 행동이 공영방송 전파를 타고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것이다.
더 불쾌한 것은 이휘재의 처신이다. 녹화된 영상은 이휘재의 행동이 고의임을 증명하지만, 그는 “무의식 중에 실수를 했다”고 변명했고, 곧바로 ‘올드 앤 뉴’ 녹화에 참여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면 그 날 방송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 행동이 어떤 상황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하기 힘들고, 그래서 실수라는 말로 대충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동영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연예인의 공적인 행동은 영원히 ‘증거’로 남고, 그 증거는 연예인들에게 행동에 걸맞은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한다.
이휘재 사건도 시청자들의 거듭된 항의로 13일 방송위원회 연예오락심의위원회에서 징계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연예인과 대중의 역학관계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예인이 스타가 되는 순간 대중보다 큰 힘을 갖고,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도 언론 플레이만 잘하면 ‘사과’ ‘참회’ 같은 몇 마디 말로 적당히 넘어갈 수 있던 시절이 지났다는 것이다.
요즘 시청자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도박사건으로 잠시 ‘자숙’하다가 ‘올드 앤 뉴’로 방송 활동을 재개한 신정환에 대해서도 복귀가 너무 일렀다는 비판이 여전하고, 이는 이휘재 사건이 더욱 확대되는 이유가 됐다. 같은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계속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사과만 하니 시청자들이 곱게 볼 리 없다.
대중의 시선은 점점 날카로워지는데 연예인은 옛날 그대로다. 그 결과는 해당 연예인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전체, 연예계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이어진다. 바른 말 하자고 만든 방송에서 욕을 한 연예인이 “죄송하다”고 한마디 하고 계속 방송에 나와 낄낄거리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 아니다. 기만이고 모욕이다. ‘상상플러스’ 제작진이라도 이 불쾌함에 대한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까.
객원기자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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