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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유가·低환율, 장난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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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유가·低환율, 장난 아니네

입력
2006.04.1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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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항로(航路)의 맞바람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유가급등과 환율하락의 역풍이다. 이 두 갈래 바람이 합쳐져 토네이도식 상승작용을 일으킬 경우, 그렇지 않아도 버겁게 상승항해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 경기는 더 이상 전진이 어려울 수도 있다.

●빨라진 고유가

국내 수입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10일(현지시간) 현물시장에서 배럴당 62달러 벽을 돌파,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이란 핵문제와 미국의 군사적 대응가능성, 나이지리아의 공급차질 등이 겹치면서 국제유가를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예년과 달리 초강세 행진이 이미 시작된 상황. 금년중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59달러를 넘어서, 작년 평균 가격(49달러)을 10달러나 웃돌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기름수급에 큰 영향을 주는 미국의 여행시즌과 허리케인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유가가 때이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석유수급에 약간의 차질만 생겨도 국제유가는 8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더 빠른 환율하락

환율 하락에도 가속이 붙었다. 4월 들어서만 원ㆍ달러 환율은 20원 가까이 떨어졌다. 달러약세 영향도 있고 외국인들의 주식매수 탓도 있지만, 원ㆍ엔 환율이 700원대까지 진입을 시도하는 점을 보면 원화의 절상속도는 다른 통화에 비해 확실히 유별나다.

문제는 ‘더 내려간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는 점. 6월말 환율 전망치를 950원으로 제시했던 리만브라더스, 모건스탠리, ABN암로 등은 최근 930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골드만삭스는 연말 환율이 925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 기관들은 예상환율을 계속 낮추고, 이를 근거로 역외매수세력은 달러매도공세를 강화해 환율을 더 떨어뜨리고, 다시 국내외 기관들이 환율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유가와 저환율이 만나면?

국내 경기에 ‘고유가 항체’가 어느 정도 생성된 것은 사실. 하지만 유가상승이 이전 패턴보다 훨씬 일찍, 훨씬 가파르게 진행되는 것이 아주 부담스럽다. 원유와 함께 다른 원자재값도 동반상승함으로써 기업 채산성은 나빠지고, 인플레 압력은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환율하락이 수출에 악재임은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적어도 내수에는 도움이 되어야 옳다. 물가를 안정시켜 구매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환율하락은 국내소비 아닌 해외소비를 늘리는 결과만을 초래했다.

지난 1~2월 저환율을 만끽하며 해외유학과 여행으로 빠져나간 돈은 29억 달러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8%나 증가했다. 반면 이 기간 국내 소비(도ㆍ소매판매)는 5.1% 증가에 그쳤다. 환율하락이 수출은 수출대로 악화시키고, 내수회복엔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악성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현재의 유가와 환율은 금년도 경제전망 시 전제했던 수준보다 훨씬 나쁘다. 160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목표는 이미 물 건너 갔으며, 지금 추세라면 5% 성장도 버거워 보인다. 재경부 일각에선 “더블딥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경기 상승흐름이 금년, 어쩌면 상반기를 넘기기조차 힘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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