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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개들과 18년 보금자리 헐려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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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개들과 18년 보금자리 헐려야 하나요"

입력
2006.04.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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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개들을 보살피려고 했던 일이 불법행위인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18년째 유기견을 돌보며 살아온 정난영(54ㆍ대전 유성구 계산동)씨는 요즘 앞이 캄캄하다. 그린벨트 내에 무허가 비닐하우스를 짓고 개를 키웠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 당하고 112만원의 강제이행금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10여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자녀도 없이 혼자 포장마차를 운영하다 이마저도 최근 건강이 나빠져 그만두는 바람에 생계가 막막한 처지여서 112만원이라는 돈은 무척 부담스럽다. 더구나 비닐하우스 철거명령까지 내려져 개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정씨가 버림받은 개들을 데려다 기르기 시작한 것은 1988년. 길거리에 버려진 개들을 불쌍히 여겨 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대부분 피부병 등 몹쓸 병에 걸리거나 교통사고를 당해 버려진 개들이었다.

“저도 먹고 살기 힘들지만 버림받은 아이(그는 강아지를 이렇게 부른다)를 보면 불쌍한 마음에 집으로 데려올 수 밖에 없습니다.”

처음에 10여마리였던 개가 200여마리로 늘자 지난해 말 비닐하우스를 빌린 뒤 방 한 칸을 지어 개들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동호회원들이 방을 만들 때 350여만원을 도와줬고, 개 사료를 보내주기도 하지만 양이 부족해 개들에게 배불리 먹이지 못한다.

이 와중에 인근 주민들이 개들 때문에 시끄럽고 냄새가 난다며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구청은 비닐하우스와 개들을 치울 것을 명령하고 강제이행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경찰에 불법축산 혐의로 고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대전유기견사랑터(cafe.daum.net/dogsbackhome)를 비롯한 애완견 동호인과 네티즌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정씨 돕기에 나섰다.

유기견사랑터 회원들은 “버림받은 개들을 돌봐주는 것과 영리 목적의 축산은 전혀 다르다”며 “정부에서 못하는 일을 대신하는 분을 도와주진 못할망정 고발하고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회원들은 현재 정씨에게 후원금과 사료를 정기적으로 보내는 운동을 추진 중이다.

정씨는 “비닐하우스를 철거하면 아이들은 죽을 수 밖에 없다”며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해 당국에서 선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성구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른 행정절차로 어쩔 수 없다”며 “유기견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정씨와 상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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