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납북된 김영남(당시 16)씨가 생존한 것으로 11일 공식 확인되자 가족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김씨의 송환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어머니 최계월(82)씨를 모시고 사는 김씨의 누나(50ㆍ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는 이날 “반신반의했는데 동생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보니 너무 기쁘다”며 “납북자가족모임과 상의해 동생의 송환을 요청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누나는 “살아있다는 사실은 10여 년 전에 알았는데 막상 확인을 하니 무척 보고 싶다”며 “지금도 그 당시 동생 얼굴이 생생하다”고 기뻐했다.
어머니 최씨는 “30여년 간 아들을 잃고 살아가며 맺혔던 한이 이제야 조금 풀리는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최씨는 “십수년이 지난 뒤에야 아들이 납북돼 북한에서 장가도 가고 자식도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어 애만 태워 왔다”며 “아들이 살아있다니 죽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는 아들이 피랍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실종 당시 13)와 결혼해 낳은 딸 혜경(18)양에 대해 “아들의 딸이니 내 손녀가 아니냐. 아들과 함께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 누나는 이날 오후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통보 받았으나 어머니가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뒤늦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죽기 전에 죽기 전에 아들을 만날 수 있도록 정부가 이번에는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씨 가족들은 곧 납북자가족모임과 함께 서울에서 열 예정인 공식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고교 때인 78년 8월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북한 공작원에 납치됐으며 북에서 대남공작원 교관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머니 최씨는 실종 당시 아들을 찾으려고 온 섬을 헤매고 다녔으나 결국 찾지 못했으며 그 뒤 물에 빠져 죽은 줄로만 알고 해마다 제사까지 지내왔다고 전했다. 이후 북에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번에 생존이 확인됐다.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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