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외환은행 매각 자문사인 엘리어트홀딩스의 박순풍 대표와 외환은행 매각 태크스포스(TF) 팀장이었던 전용준 전 상무가 부적절한 돈 거래를 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을 풀 수 있는 핵심 열쇠를 쥔 전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뜻밖의 소득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의혹만 무성해 론스타의 탈세와 외화밀반출 사건 이후로 주요 수사 스케줄을 짰던 검찰은 헐값 매각과 관련한 수사의 물꼬가 터지자 빠르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전씨가 고교 동문이자 입행 동기인 박씨에게 12억9,500만원이 넘는 거액의 자문료를 주고 이 가운데 2억원을 차명계좌로 받은 행위를 부실기업 임ㆍ직원의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로 보고 있다.
실제 매각 주간사 회사가 있는데도 별도로 매각 자문 계약을 한 것은 업계 관행상 이례적이다. 또 1년 매출액이 2억5,000만원밖에 안 되는 소규모 회사에게 거액의 자문료를 준 것도 의심스럽다.
외환은행이 터무니 없이 많은 금액을 박씨에게 지불하고 이익을 나눠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이 이들의 고교 선배라는 점에 주목, 자문료 중 일부가 이 전 행장으로 흘러갔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받은 자문료의 추가 사용처 수사에서 론스타와의 관련성이 확인되길 내심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무엇보다 수사 전망을 밝게 하는 것은 전씨를 통해 헐값 매각과 관련한 ‘비밀의 문’ 앞으로 성큼 다가서게 됐다는 점이다.
전씨가 팀장을 맡았던 외환은행 매각 TF팀은 이 행장, 이달용 부행장이 직접 관리한 은밀한 내부 조직이었다. 따라서 전씨가 헐값 매각 논란의 핵심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조작의 내막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도 “전씨는 매각 과정의 상당 부분을 알고 있는, 수사에 중요한 인물인데 수사초기 신병을 확보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전씨 수사에 큰 의미를 두었다.
검찰은 감사원 감사와 겹치지 않도록 당분간은 외환은행 고위 관계자를 소환하지 않고 전씨의 진술을 중심으로 물밑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채 기획관은 “필요한 최소의 인원은 불러 조사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채 기획관은 전씨에게서 BIS 비율 조작과 관련한 진술을 이미 받아냈음을 시사했다. 그는 전씨가 부하 직원인 허 차장에게 BIS 비율 조작 책임을 미루느냐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외환은행 매각 관련자 5명을 추가 출국금지 조치한 것도 이미 수사 성과가 있었다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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