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늘 바른 말 고운 말을 써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좋은 말이 있는데 틀린 말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문학 작품 속의 그릇된 표현이나 문장들을 찾아 ‘퉁바리’를 놓고 ‘지르잡’아 온 권오운 시인이 새 책 ‘작가들이 결딴낸 우리말’(문학수첩 발행)을 냈다. 젊은 작가 김애란 씨의 작품에서부터 이문열 황석영에 이르기까지 소설가 50여명의 작품 속 ‘티’들을 집어낸 책이다.
발가락에 바르면 페디큐어
“매니큐어를 칠한 내 발가락”(김인숙 ‘물 위에서’)→“페디큐어를 한 내 발톱”(매니큐어는 ‘손톱’을 아름답게 꾸미는 화장품이고, 페디큐어는 ‘발과 발톱’을 곱게 다듬는 화장법을 말한다.)
결혼해야 '화냥녀' 자격
“그녀는 배신자며 도둑이며 화냥녀였다.”(공지영 ‘봉순이 언니’)→ ‘화냥’이 ‘서방질하는 여자’다. ‘화냥년’은 화냥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인 만큼 ‘화냥녀’는 모순이다. ‘서방질’이 자기 남편이 아닌 남자와 정을 통하는 짓인 만큼, 처녀인 ‘봉순이’는 엄밀히 따져 사내와 ‘난질’을 했을 뿐, ‘화냥년’은 아니다.
주구장창 아닌 '주야장천'
“주구장창 티브이 연속극만 보고 있었다”(정이현 ‘소녀시대’) → “주야장천…”의 잘못이다.
출판사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는다. “저자도 출판사도 파는 일에만 눈이 어두워 50쇄나 찍도록 손 한번 보지 않은 듯하다.”(‘공지영’편) 이문열, 황석영, 장정일의 ‘삼국지’는 아예 10여 쪽에 이르는 별도 코너를 두고 이 잡듯이 흠들을 잡아놓았는데, 전화 통화에서 그는 작가도 문제지만 출판사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수백만 부가 팔린 ‘서울대생 필독서’라느니, ‘수능대비 필독서’라느니 하며 소개하면서 올바르지 않은 문장이 이렇게 많아요.”
“얼마 전 한 문학상 심사평에 어떤 작가를 두고 ‘글로 바위를 쪼는 듯한 눈부신 묘사’라며 극찬을 했더군요. 외람되지만, 심사위원들 조차 글 고르는 눈이 흐리거나, 잘못을 못 본 척 한 것 아닌가 싶더군요.” 그는 “요즘 작가들에 비하면 70년대 작가들이 훨씬 글쓰기에 엄정했다”며 “요즘 작가 가운데는 이응준 김경욱 김연수나 이현수 심윤경 등이 우리말을 비교적 잘 구사하더라”고 평했다.
1968년 학생잡지 ‘학원’의 편집기자로 시작해 30여 년 동안 취재와 편집 일을 하며 ‘남의 글’을 눈 여겨 봐 온 저자는 “제가 그들(책에서 꼬집은) 작품의 가장 성실한 독자로 자부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잘못 쓰인 낱말의 예문 아래 그 말과 관련 있는 어휘들의 소사전을 실었다. 10여 년 전부터 준비해온 저자의 ‘우리말 분류사전’ 맛보기다. “사전 분류를 ‘음식’ ‘의복’처럼 포괄적으로 하지않고 ‘떡’ ‘김치’ 식으로 세분해서 사전 구실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는 “분량이 200자 원고지로 5만 매 가량 되는데, 이제 2년쯤 작업을 더하면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