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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전쟁영웅 판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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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전쟁영웅 판치는 미국

입력
2006.04.1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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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 용사에게 돈과 명예를 안겨주며 영웅시하는 미국의 사회풍토를 이용하려는 가짜 전쟁 영웅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메레디스 여대의 리사 제인 필립스(34)는 수많은 훈장이 반짝거리는 공군 조종사 복장으로 캠퍼스를 누비고 다녔다. 목요일 수업이 끝나면 사라졌다 월요일 다시 나타나곤 했던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힘든 전투를 치르고 왔다”고 떠벌렸다.

10살 이상 어린 동료 학생들은 용감한 맏언니에게 박수를 보냈다. 대학 측은 핍립스를 연사로 초청해‘희생 정신과 애국심’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열었고 그의 업적에 대한 배려라며 4년 동안 학비 4만 2,000달러(약 4,000만원)를 면제해 줬다.

모두가 필립스를 ‘전쟁 영웅’이라며 추켜세웠지만 학내 경찰대장 프랭크 스트릭랜드는 미심쩍게 여겼다.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인 그는 어느 날 필립스의 훈장 중 몇 개가 2차 대전 참전 용사의 것임을 발견, 즉시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결과 필립스는 인터넷 쇼핑을 통해 전투복과 장비를 마련하고, 전쟁 관련 책과 글을 탐독하며 학교측과 동료 학생 모두를 감쪽같이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쟁터에는 근처조차 가본 적 없는 그는 사기죄 등 12개 혐의로 지난해 구속됐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가짜 전쟁영웅이 매주 한 명 꼴로 붙잡히고 있다. FBI는 2002년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이 장기화하고 참전 군인이 늘면서 이런 사기꾼이 들끓고 있다고 보고 있다.

FBI 수사 책임자 토마스 코튼은 “미국에서는 군복을 입으면 일단 믿고 따르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진짜 참전 용사는 전투에 대해 얘기 하기를 꺼리는 반면 가짜는 기회만 있으며 지어낸 이야기를 떠벌리려 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이런 행위가 진짜 전쟁영웅의 명예를 깎아 내리고 전쟁터에 나가 있는 병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강도 높은 처벌규정을 만들고 있다. 미 의회는 현재 ‘빼앗긴 용맹법(Stolen Valor Act)’이라는 법 제정을 추진중인데, 이것이 통과되면 위반자는 몇 달 동안 징역을 살거나 몇 백 달러 벌금을 물던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한 처벌을 받게 될 전망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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