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이택순 경찰청장은 “11일 열리는 집회 참가자에 대해서는 관련법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경고했다. 그가 힘주어 강조한 집회는 바로 현직 경찰관들의 참여가 예상되는, 조금 특별한 집회다.
집회를 막는 줄로만 알았던 경찰관들이 거리에 나오겠다는 사정은 뭘까.
순경_경장_경사로 이어지는 경찰 하위직의 숙원은 초급간부인 경위까지 근속승진(일정 연한 근무 후 승진)하는 것이었다. 평생을 일하고도 일반공무원 7급 상당인 경위로 승진하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예산부담과 경쟁시스템 약화 등 반론에도 불구하고 일선 경찰관들의 애환에 여론이 손을 들어주면서 이 소원은 결국 이루어졌다. 7일 대상자 4,137명 중 2,455명이 첫 혜택을 누려 경위로 승진했다.
그런데 전ㆍ현직 경찰관으로 구성된 한국사이버시민마약감시단은 “탈락자를 구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11일 서울역 집회에 회원 1,000여명이 모일 것이라며 대정부 성명서도 발표하겠다고 한다.
또 다른 경찰관 단체인 무궁화클럽은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탈락자 배려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업무도 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여느 이익집단에 버금가는 이런 경찰관들의 집단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민이 근속승진을 수용한 것은 “근속승진만 되면 신바람 나게 일하고 싶다”던 그들의 첫 마음을 믿었기 때문이다. 몇몇 경찰관이 감정에 치우쳐 거리로 나선다면 누가 경찰을 듬직한 치안 지킴이라 여기겠는가.
“경위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권한이 있는 만큼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징계 등 저촉사유가 있거나 근무성적이 40% 이하인 경우엔 승진에서 제외했다.
경장ㆍ경사 근속승진에서도 일정 비율은 탈락시킨다”는 경찰청의 해명에 눈이 더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이다.
고찬유 사회부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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