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소식이 남녘으로부터 전해오는 요즘 중국 베트남 태국 등에서는 신랑신부가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결혼 기념사진을 찍는 것이 인기란 소식이다. 문화가 다르고 말도 다른 외국인이 한복을 입고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한류의 힘을 본다.
●드라마 편중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한류가 쇼비즈니스와 대중문화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것은 문제다. 아무리 맛있는 것도 자주 먹다 보면 물리는 법, 한국 드라마에 열광했던 중국 여성들의 40% 이상이 “질질 끄는 스토리와 비슷비슷한 구성에 싫증난다”고 답했다. 과거 홍콩 느와르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스토리와 소재의 다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본의 한류 팬들은 ‘마니아화’와 ‘한류 분야의 세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따라서 한류는 장르의 다변화와 아울러 콘텐츠의 심화를 이루어야 한다.
한국일보 주최로 1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류, 한복을 입다’ 전시회에는 영화 ‘왕의 남자’와 드라마 ‘대장금’ ‘궁’ 등에서 주인공들이 입고 나온 한복과 함께 대표적 한복 디자이너의 작품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스타존’에는 이영애가 실제로 입었던 한복과 사진작가 조세현이 촬영한 25점의 한복사진 등이 전시되고, ‘한류한복체험관’에는 ‘왕의 남자’의 세트 일부를 재현해 관람객들이 사진 촬영은 물론 한복을 직접 입어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 관계자에 따르면 첫날부터 중화권 순회전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다. 중화권에서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이즈음 ‘한류, 한복을 입다’와 같은 한복과 한식 등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상품 전시회를 개최하면 큰 호응과 함께 관광유치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마침 문화관광부는 1,700억원의 예산을 들여 한식 한옥 한글 한지 한복 한국춤 등을 ‘한브랜드’로 육성하고 세계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치열한 경쟁과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은 이제 동양적이며 자연적인 것들을 찾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한류 드라마로 유발된 호기심을 마케팅적으로 잘 활용하면 우리의 한브랜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한브랜드에 속한 우리 고유의 것들은 세계인의 호기심과 잠재욕구를 충분히 소화할 만한 신비로운 매력이 있다.
●한식·한복·한옥 등을 '한브랜드로'.
한브랜드 중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한식이다. 홍콩의 한국식당에서는 ‘대장금’에 나왔던 음식의 주문이 폭주하고, 외국인용 식단이 아닌 맵고 짠 진짜 한국 메뉴를 즐기는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한복의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면모를 소개하거나, 한글 한식 한옥 등에 ‘이야기’를 담아 소개한다면 드라마로 촉발된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다양한 분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이것은 한류의 폭과 깊이를 넓힐 뿐 아니라, 아시아를 넘어 서방 세계에도 한류가 뿌리내릴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한브랜드는 환경문제와 문명충돌로 고통받는 세계인들에게 자연을 들려주고 우주를 깨우쳐주며 따뜻한 인간애에 어필하는 훌륭한 문화융합상품이 될 것이다.
신승일ㆍ한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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