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에서 공화ㆍ민주 양당 지도부간에 합의된 새 이민법안이 전체회의 표결에서 부결됨으로써 1,200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들은 또 다시 가슴을 졸이게 됐다. 상원은 7일 전날 양당 지도부가 합의한 이민법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예상을 뒤엎고 38대 60으로 부결됐다.
상원 합의안은 불법체류자를 체류 기간에 따라 3부류로 나눠 5년 이상 체류한 경우에는 미국을 떠나지 않고도 일하면서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체류 기간이 2년 이상 5년 미만인 불법체류자는 일단 출국했다가 임시 노동자로 다시 재입국할 수 있도록 했고, 2년 미만의 불법 체류자에게는 이런 혜택들이 적용되지 않도록 했다.
지도부가 합의한 안이 부결되자 즉각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8일 주례 라디오 방송 연설에서 “상원이 이민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은 민주당의 지연전술 때문”이라며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 대표를 지목, “지연전술을 중단하고 이민법 개정안을 시급히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일부에서는 관대한 이민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이 이번 주 10일부터 워싱턴 등 60개 도시에서 대규모로 개최될 예정인 반(反)이민법 반대 시위 이후에 새 이민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전술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새 이민법안의 목을 조르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 의원들은 모두 새 이민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면서 “그런데 어떻게 법안 부결이 민주당 책임이라는 말이냐”고 항변하고 있다.
부결 표결은 1명의 기권을 제외하면 공화당 의원 전원이 반대하고 민주당에서 6명의 의원이 반대편에 가담함으로써 이뤄졌다. 또 민주당에서는 공화당 의원들이 지도부 합의안에 대해 뒤늦게 이런 저런 수정안을 제시한 것이 법안의 통과를 가로막은 장애물이었다고 역공하고 있다.
미 상원은 2주간의 휴회를 거친 뒤 이민법안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나 최종 타결 전망은 이전보다 훨씬 불투명해진 상태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