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좌파 정권의 선봉에 서있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다 다 실바 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 경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2003년 집권 이후 성장 위주 정책으로 국가 경제는 외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민생활은 나아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 컬럼비아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7일 브라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는 잘 나가고 있는데 국민들은 가난해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룰라 대통령이 집권 당시 내걸었던 각종 사회구호정책을 포기하고 국제통화기금(IMF) 채무 상환에만 열중한 것 같다”며 “그의 경제정책이 부유층의 이익만 증대시키는 시장의 함정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룰라 대통령이 10월 대선을 앞두고 소득세 인하를 잇따라 시사하면서 재정수지 악화가 예상되고 있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브라질 수출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브라질은 ‘아시아의 호랑이들’에 버금가는 수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높은 기준 금리가 원인”이라며 “수출 증가세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즉 룰라 대통령의 감세정책과 세계 최고수준의 기준 금리가 결국 부자들의 배만 불린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2003년 룰라 대통령 집권 이전 연평균 1.7%에 머물고 있던 경제성장률이 집권 후 4.1%로 높아졌고 올해도 5%를 달성할 전망이다. 2002년 국내총생산(GDP)의 40%에 달했던 장기 해외부채도 현재는 13.5%대로 떨어졌다.
집권 초기 분배보다는 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국가채무 조기 상환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이다. 또 장기성장을 위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재정흑자를 달성하는 업적도 세웠다는 호평도 받았다.
하지만 이를 위해 강력한 긴축정책이 추진되다 보니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교육ㆍ의료 등 서민용 대책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 그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됐다는 비판도 터져 나오고 있다. 더욱이 그가 명분으로 내세웠던 분배를 위한 고성장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까지 잇따르면서 임기 말년의 룰라 대통령을 코너로 몰고 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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