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최근 재벌들의 편법 증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합법적으로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을 물려줄 경우, 부모와 자녀 사이에 매매 형식의 거래가 가능한지요. 가능하다면 적정 매매대금은 시가와 기준시가 중 어떤 것으로 보나요?
A. 우리 세법에는 부모와 자녀간 또는 배우자간 매매를 원칙적으로 매매로 인정하지 않고 증여로 보도록 하는 ‘증여추정’ 원칙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법원 결정이나 국세징수법에 따라 경매를 거쳐 처분된 경우 ▦파산선고로 인해 처분된 경우 ▦주식시장에서 유가증권이 처분된 경우 ▦권리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ㆍ등록을 요하는 재산을 서로 교환하는 경우 ▦대가를 지급 받고 양도한 사실이 명백히 인정되는 일반 매매 등 입니다.
다른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부모ㆍ자식 간에 ‘일반 매매’가 성립하려면 사는 사람의 소득이나 상속재산, 소유재산을 처분한 금액에서 파는 사람에게 물건의 대가를 지급한 사실이 입증돼야 합니다.
예를 들면 부동산을 사는 자녀가 가진 통장에서 부동산을 파는 부모의 계좌에 매매대금을 직접 이체하는 등의 근거를 남기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만일 지급할 돈이 부족하다면 해당 부동산에 담보로 설정된 채무를 승계하거나 돈을 빌려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특수관계자 사이라고 해서 터무니 없이 낮은 대금을 지급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아버지 소유의 10억원 짜리 아파트를 아들이 국세청에서 고시한 기준시가 6억원을 주고 산 경우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세법에서 부동산은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보통 감정평가를 통해 그 감정가액의 80~90% 수준으로 고시한 아파트 기준시가는 시가보다 적기 때문에 거래일 전후에 면적ㆍ위치ㆍ용도 등이 유사한 아파트의 거래가액을 시가로 보아 세금을 계산합니다.
따라서 위 부자는 매매 당시의 세금 외에도 추후에 가산세를 더 낼 수 있습니다. 시가 10억원 짜리 물건을 기준시가 6억원으로 사고 판 것이 소득세법상 ‘부당행위에 의한 계산’으로 인정되어 ‘부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아파트를 증여한다면 약 2억3,000만원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아들이 자금출처를 소명할 수 있다면 증여보다는 매매로 아파트를 넘기는 것이 세금부담 측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단, 매매로 인정되더라도 시가보다 4억원을 덜 냈으므로 이에 따른 별도의 세금을 더 내야 합니다. 세법은 특수관계자 간의 고가나 저가 양도를 증여로 보아 일정이익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경우는 저가 양도이므로 ‘시가(10억원)-대가(6억원)-시가의 30% 또는 3억원 중 적은 금액(3억원)’이라는 산출공식에 따라 1억원의 ‘증여의제 가액’이 나오고 별도로 이에 대해 1,000만원의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따라서 최소 7억원 이상의 대가를 지급하고 이를 증명한다면 별도의 증여세 문제없이 부모가 양도소득세 1억7,000만원을 내는 것으로 소유권 이전을 마칠 수 있습니다.
정리= 김용식기자 jawohl@hk.co.kr도움말= 우리은행 PB사업단 권오조 차장 ojk_@woori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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