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징(望京) 지역에 왜 이리 한국인들이 많은가요.” “밤 늦은 시간 한국 젊은이들이 체육공원에서 못된 짓을 하는데 애들 교육에 악영향을 끼쳐요.”
김하중(金夏中) 주중 한국대사는 8일 10만의 베이징(北京) 거주 한국인 중 70%가 몰려 사는 베이징 차오양취(朝陽區) 왕징의 한 아파트 단지 회관에서 ‘중국 주민들과의 대화’를 열어 한국인들과 부대끼는 중국인들의 생생한 불만을 청취했다.
대화에 참여한 70여명의 중국 주민들은 잠시 머물다 가는 이방인들에 대한 섭섭합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한 주민은 “한국인들은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고 공공시설을 아끼지 않는다”며 “한국의 서울과 같은 지방정부에서는 조화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제3국 국민들에 대해 어떠한 정책을 취하는가”라는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다른 주민들은 밤늦은 시간에 체육공원에서 ‘못된 짓’을 하는 한국 젊은이들을 책망했고, 이를 어떻게 시정할지도 따져 물었다.
김 대사는 “한인회 등을 통해 젊은이들의 잘못을 고쳐 나가겠다”고 답변한 뒤 중국의 문화를 오랜 기간 흡수해온 한국 만큼 중국을 이해하는 나라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 주민들은 ‘한국어 무료 강좌를 개설해달라’, ‘낮은 수준에서 헤매는 중국 축구팀을 위해 조언을 해달라’, ‘한국의 남성우월주의가 대단하다는데 사실인가’ 등의 재미있는 질문도 던졌다.
대화에 앞서 김 대사는 날로 중대해지는 한중 양국 관계를 설명하는 브리핑을 통해 “내 자식 3명 모두가 베이징에서 대학을 나오고, 아내도 중국 역사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해 친근감을 느낀 주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대화는 매우 이례적인 행사였다. 중국에서 외국 대사가 중국인들을 상대로 직접 연설하거나 대화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 대사는 “한국인들과 직접 피부를 맞대는 중국인들의 속내를 알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며 “중국 외교부는 우리의 제의를 받고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우리의 진의를 믿고 행사를 허용했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중국의 신화통신, 베이징TV 등 10여개 중국 언론사들이 취재, 보도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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