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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CPE 시위 '구시대적 경제교육'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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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CPE 시위 '구시대적 경제교육'때문?

입력
2006.04.1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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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동떨어진 경제 교육이 프랑스 국민에게 시장과 기업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갖게 했고 결국 이것이 최초고용계약법(CPE) 반대 시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프랑스 정부가 청년 실업 문제 해소를 위해 내놓은 CPE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반발은 반 시장주의를 강조하는 경제 교육에서 비롯한 것이라면서 현실에 맞게 경제를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9일 전했다.

현재 프랑스 고등학교에서는 경제학이 선택 과목 중 하나인데 1970년대 유행하던 케인즈 경제학에 기초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은 학생이 보는 나땅(Nathan) 출판사의 경제 사회학 교과서에는 ‘임금 축소는 구매력 저하를 가져오고 이는 높은 실업률과 불경기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80년대 프랑스와 여러 유럽 국가들이 성장을 위해 임금을 줄였지만 성장은 없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모두 조세 감면, 정부 지출 축소, 규제 완화 등 민간 경제 활동 활성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마당에 프랑스는 정부의 시장 개입과 재정 확대가 경제 발전을 가져 온다는 오래된 관념에 사로잡히게 하고 있다”며 “교과서는 또 기업과 노동자를 상호 발전 없이 늘 싸우는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프랑스 국민은 시장 경제와 기업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8월 미국 메릴랜드대가 세계 20개 나라 국민을 설문 조사한 결과, ‘미래에 가장 적합한 것은 시장 경제 체제와 자유기업 체제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프랑스만 유일하게 그렇지 않다(50%)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인도 반 시장주의에 얽매여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좌파 정치인뿐 아니라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나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 등 우파 지도자도 비록 기업 활동을 좀 더 자유롭게 하는 CPE를 밀어붙이지만 각종 규제를 없애자는 유럽 연합의 노력에 딴죽을 거는 대표 주자로 낙인 찍힌 지 오래다.

IHT는 “프랑스 정치 지도자의 산실인 프랑스국립행정학교(ENA)가 지난 수 십년 동안 시장이 아닌 국가가 경제의 중심이라는 개념만 가르쳐 왔다”며 “또 현재 관료 중 불과 2명만 경제학을 전공하고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정치인에게 ‘경제’는 외면 받는 분야”라고 지적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ENA는 2002년부터 응용경제학과 사업경영 등을 입학 시험과 교과 과정에 포함시켰으며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기업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도 바빠졌다. 4년 전부터 경제 교사를 기업에 보내 현장 경험을 쌓도록 한데 이어 최근 경제 장관 산하에 관료와 학자, 교사, 경제 전문 기자 등을 포함해 ‘경제 교육 미래 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위원회에서는 일반 국민에게 국내총생산(GDP), 인플레이션 등 경제 개념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저녁 뉴스가 끝난 직후 방송하고 경제학 교육용 CD를 무료 보급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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