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등록금 인상 갈등을 풀 만한 ‘솔로몬의 지혜’는 없는 것일까.
개강한 지 1개월이 지났지만 대학가는 연일 ‘시위 중’이다. 껑충 뛴 등록금 때문이다.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낮추라”고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과격ㆍ장기화하면서 수업이 제대로 되는 학교가 드물 정도다.
이런 가운데 지방의 한 사립대가 등록금 인상분의 일부를 물품 형태로 학생들에게 되돌려주기로 결정했다. 학교 측이 등록금 인상 잘못을 일단 시인하고 학생들을 배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대다수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다른 대학도 검토해도 좋을 사안”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올릴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편법 환불이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한남대는 7일 “총학생회와의 등록금 협상을 통해 올해 등록금 인상분의 일정 부분을 학생 개개인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총학생회 요구 사업에 적극 지원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이에 따라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업에 필요한 전자사전이나 MP3, 강의를 영상으로 볼 수 있는 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등을 구입해줄 것을 학교에 요구했다.
총학생회는 협상 과정에서 등록금 인상분을 현금으로 환급 받거나 다음 학기 등록금에서 삭감해줄 것을 학교측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교는 물품 지급을 ‘대안’으로 제시했고, 총학생회는 논의 끝에 이를 수용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분까지 포함한 예산을 편성한 데다 교육인적자원부 승인까지 받은 상태여서 현금 환급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총학생회는 학교가 올해 등록금을 평균 7.25%(학과별 40만~50만원) 인상하자 삭발과 단식농성을 계속해 왔다.
교육계는 한남대와 총학생회의 기발한 합의에 주목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 홍역을 치유하는 모델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와 학생이 등록금 문제로 끝이 보이지 않는 갈등을 계속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등록금 인상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다면 한남대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땜질식 처방”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남대 한 재학생은 “개인마다 필요한 물품이 달라 학교가 개별 물품을 선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문화상품권 등을 지급하거나 물품 종류를 다양화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총장실 및 강의실 점거 농성으로 수업 파행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 A대 관계자는 “학교와 총학생회가 등록금 인상을 대하는 시각이 현격히 다른 마당에 인상분 환급 방법 운운은 한가한 소리”라며 “설령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현금 환불이나 학생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교육부 파악 결과, 전국 30여곳의 대학에서 총학생회 주도로 총장실 및 강의실 점거, 삭발ㆍ천막농성 등을 통해 등록금 투쟁을 벌이고 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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