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스타 두 명이 나란히 연극 무대를 찾는다. 터프 가이 유오성(40), 묘한 중성적 매력의 김지호(32). 익히 보던 매체가 아닌 오프라인의 세계에서, 두 사람은 신화적 비극의 주인공과 발랄한 커리어 우먼으로 되살아 온다.
● 유오성 주연 연극 '2006 오이디푸스 The Man'
'2006 오이디푸스 The Man'
서울시 극단의 ‘2006 오이디푸스 The Man’은 연극의 원형 중 하나로 알려진 소포클레스의 텍스트를 남성성에 초점을 맞춰 재해석한 무대다. 어머니와 결혼하고 아버지를 죽이게 된다는 신탁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깨닫고, 결국 자신을 망가뜨린다는 줄기는 비슷하다.
그러나 이 무대는 원작을 답습할 정도로 얌전치 않다. 눈이 아닌 남근을, 스스로, 제거한다는 구상이다. 신화의 이데올로기인 남성 신화 또는 남근 중심 사상을 일거에 전복시켜 버리자는 것이다. 즉, 고대 남성 신화에 필연적으로 내재된 비극성과 결별하는 것은 곧 21세기형 행복과 맞닿아 있다는 각색자 송현옥씨의 해석을 따른 결과다. 파격성은 표현 양식에서도 확인된다.
저주 받은 운명을 인식한 오이디푸스가 마침내 거세하는 순간, 예민한 사람은 피 냄새를 맡을 지도 모른다. 무대 경사를 타고 흘러 내리는 돼지피(1 리터)와 배우의 몸에 칠해진 돼지피 때문이다. “피를 칠한 배우가 경사를 타고 굴러 내려 와 극한적 고통의 몸짓을 하다, 구덩이에 들어가 웅크리는 걸로 막이 내려요.” 자궁 회귀를 상징한다고 연출자 김태훈 씨가 말했다.
붉은 피와 조응하는 또 다른 물질은 하얀 소금. 실제 무대에서는 3개의 소금 언덕과 함께 경사로에다 1.5 톤의 소금을 15㎝ 두께로 뿌려 둬 배우의 몸짓을 기록한다. 연출자는 “각종 매체에 의해 위협 받고 있는 이 시대, 연극에는 연극만이 줄 수 있는 동시성(또는 현장성)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주인공 오이디푸스는 유오성. 2005년 8년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한 이래 약속대로 다시 무대에 서는 그는 “강함(마초성)과 약함(여성성)이 공존하는 배역이란 점에서 매력적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창직 강지은 최슬 등 출연. 13~5월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소극장. 화~금 오후 8시, 토 4시 7시, 일 3시 6시. (02)396-5005
● 김지호 출연 연극 '클로져'
엇갈린 두 커플 진정한 사랑이란…
‘클로져’는 서울의 네 남녀가 펼쳐 보이는 애정 풍속도로, 비기자면 날렵한 담채화다. 지난해 다른 제작진이 올렸던 작품을 각색, 출연진과 연출자를 바꿔 오늘의 서울 이야기로 만들었다. 회사원, 사진작가, 소설가, 스트립 댄서 등 두 커플이 빚는 감각적이고 현실적인 사랑을 통해 변화된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
김지호가 사진작가 역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첫 연극 무대다. 연출자 민복기 씨는 그녀에 대해 “순발력 있는 감정 표현이 장점”이라며 “극의 이미지와 잘 부합한다”고 말했다. 패트릭 마버 작, 이명호 곽자형 등 출연. 20~7월 2일까지 동숭아트센터소극장. 화~금 오후 8시, 토 4시 7시, 일 3시 6시. (02) 764-8760
최근 연극계의 심심찮은 스타급 배우 기용 현상에 대해 연극평론가 김숙현 씨는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호환 가능할 만큼의 에너지를 지닌 배우와, 대중적 인기만 확인된 배우는 구별돼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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