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뇌’를 다룬 번역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구조적, 생리적 접근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에 시선을 둔 책들이다. 이번엔 뇌의 놀라운 능력과 그 위대함에 경의를 바치는 아름다운 송가(訟歌), 그리고 조그마한 뇌가 이상해지면서 초래되는 ‘비인간화’의 서글픈 비가(悲歌)를 다룬 두 권의 책이 나왔다.
‘뇌의 기막힌 발견’은 저명한 행동과학자인 저자가 소개하는‘이상한 뇌’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과 똑 같은 분신이 있다고 믿거나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진짜가 아닌 분신’이라며 괴로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설이나 영화 등에서 ‘도플갱어’란 이름으로 나오는 분신의 악몽. ‘캡그래스(capgras)증후군’이다.
정말 똑 같은 분신이 눈에 보이는 걸까. 저자에 따르면 정반대다. 실제론 얼굴을 알아보는 뇌의 시각신경 회로에 이상이 생겨 다르게 생긴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저녁 9시 뉴스에 나란히 앉은 남녀 앵커의 얼굴이 구분이 안돼, ‘둘은 서로의 분신이야’하며 공포에 떠는 모양. 그 종말은 나도, 가족도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지옥으로의 질주다.
‘범죄자의 뇌’라는 대목에선 어쩌면 현실화할 지도 모를 끔찍한 미래가 중첩돼, 저자의 재기 넘치는 문체가 되려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뇌전도 등 생리적 각성 수준이 높은 학생들이 성인이 됐을 때 범죄자가 된 비율이 높다거나, 납과 카드뮴으로 인한 뇌 손상은 범죄행위로 이어진다는 등의 연구 결과가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회적 환경적 요인의 중요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이론대로 된다면 청소년기 각성 수준을 측정해 누가 범죄자가 될지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싸늘하게 말한다.
‘뇌의 문화지도’는 시적 감성과 과학적 지식, 철학적 사색이 종횡으로 얽힌 뇌에 대한 헌사다. 뇌 신경세포인 뉴런에 대한 묘사를 예로 들면 이런 식이다. “우아한 숙녀들이 허공에 키스를 보내는 시늉을 하는 것처럼, 수지상(樹枝狀)돌기와 축색(軸索)돌기는 서로의 몸에 닿지 않는다. 접촉은 1000분의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운명처럼 강렬하고 순간적인 주문(呪文)이다.”
베스트셀러 ‘감각의 박물학’으로 유명한 저자 다이앤 애커먼은 “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느낌과 생각과 욕망들이 개울처럼 흐르는 꿈의 공장”이라며 우주 공간 만큼이나 수수께끼로 가득찬 흥미진진한 뇌를 함께 탐색해 보자고 손짓한다.
저자에게 뇌는 언제나 놀라움과 찬탄의 대상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어머니가 준 과자를 차에 적셔 입에 가져가는 순간, 어릴 적 그 과자를 먹던 숙모 집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듯 뇌는 냄새나 소리 등의 감각에서 기억을 불러낸다. 의식하지 못하는 찰라적이고 신기한 움직임. “뇌는 분석과 사랑을 잇는 존재다.”
뇌는 성찰을 멈추지 않고, 또 기억을 구성한다. 저자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안드로이드가 비극적인 것은 바로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기계지만 그는 기억할 수 있다. 놀라운 일들을 본 자아를 품고 있고, 소멸로 자신만의 고유한 ‘정신’을 잃는 걸 두려워 한다. 따지고 보면“우리 인간도 결국 뇌 기억의 합(合)일뿐”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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