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납북 당시 13세)의 남편이 30여년 전 납북된 한국인 남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DNA 감정 결과 밝혀졌다고 교도(共同)통신이 7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같은 납북 피해자인 하스이케 가오루(蓮池薰ㆍ48) 부부가 메구미의 남편이 한국인이라고 증언함에 따라 지난 2월부터 평양에 있는 메구미의 딸 김혜경(18)과 한국인 납북자 가족의 DNA를 대조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 동안 북한측이 ‘김철준’이라고 밝힌 메구미의 남편은 1978년 전북 선유도에서 실종된 김영남(당시 고교생)씨라는 설이 제기돼 왔기 때문에 김영남씨 가족의 혈액과 모발 등을 제공받아 DNA 대조를 해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DNA 감정 결과 최근 김혜경과 김영남의 부녀 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향후 김영남과 김철준이 동일 인물인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 조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아직 최종 결론을 발표하는데 신중한 입장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7일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DNA 감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메구미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인물도 특정하지 않고 있다”며 “(결과 발표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무성 장관도 “(DNA 감정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며 “(결과 판명도) 다음 주 이후”라고 밝혔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2년 북일 정상회담에서 메구미 등 일본인 납치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1977년 일본 니가타(新潟)현에서 실종된 메구미는 86년 김철준이라는 남성과 결혼해 이듬해 딸을 낳았으며, 94년 자살했다는 게 북한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2004년 12월 북한이 일본에 준 메구미 유골에 대해 일본 정부가 다른 사람의 유골이라는 감정 결과를 발표하고 북한이 이를 “날조”라고 비난해 파문이 증폭됐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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