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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불경 옮겨적다 보면 마음 속 부처가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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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불경 옮겨적다 보면 마음 속 부처가 보이죠"

입력
2006.04.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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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으로 이 열 가지 원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거나 한 게송 만이라도 사경한다면 무간지옥에 떨어질 죄라도 즉시 소멸되고…”

화엄경 보현행원품은 사경(寫經)이 병과 고뇌와 악업을 씻어주고 큰 죄도 용서할 것이라고 적고 있다. 불교 경전을 한 자 한 자 옮겨 쓰는 사경을 불가에서 이처럼 고귀하게 여기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고귀한 말씀을 사경을 통해 접하고 전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불교가 전래될 때 함께 건너온 사경은 원래 불교 경전만 옮겨 쓰는 행위였으나 최근에는 성경, 꾸란 등 타 종교의 경전으로 대상이 넓어지고 있다. 상시적으로 사경을 하는 불교 인구만 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30년 이상 사경에 매달린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회장이 ‘한국의 사경’(도서출판 고륜)을 냈다. 사경의 정의, 범위, 역사, 종류, 형식 등을 망라한 사실상 국내 최초의 사경 개론서이다.

사경은 우리나라에 4세기 후반 전해졌으며 금 사경이 행해진 것은 6세기 초다. 백제가 일본으로 사경 기술을 전래한 것도 이 즈음이다. 사경은 고려시대에 특히 발달했다. 저자는 그래서 “고려는 사경왕국”이라고 단언할 정도다. 고려 초와 말에 금과 은으로 수차례에 걸쳐 대장경 사경이 이뤄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팔만대장경 등이 판각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억불정책 때문에 명맥만 겨우 유지됐다.

사경에는 먹물, 금 가루, 은 가루 등이 주로 사용된다. 화엄경에 ‘부처님께서 수없이 많은 몸과 목숨을 보시하고 살갗을 벗겨 종이를 삼고 뼈를 쪼개 붓을 삼고 피를 뽑아 먹물을 삼아서 경전 쓰기를 수미산만큼 하였다’는 구절이 있는 것으로 보아 드물게는 손가락에서 피를 내 사경하는 경우도 있었다.

저자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행법이 사경“이라며 “사경은 서예와 회화, 공예적인 요소를 함께 지닌 종합예술로, 연구와 홍보가 더 많아져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 유산으로 재조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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