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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배구 인기부활 '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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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배구 인기부활 '토스'

입력
2006.04.0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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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혼자 잤는데 집사람이 옆에 있으니 잠이 안 오더라. 그래서 따로 잤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김호철(51) 감독은 3일 새벽 곁에 누운 아내 임경숙(48) 씨를 매정하게 뿌리쳤다. 천안에서 벌어진 우승 축하연(2일)이 끝나기를 기다려 자신을 차에 태우고 경기 분당의 집까지 운전한 아내였다.

경상도 사나이의 무뚝뚝함을 감안하더라도 도가 지나쳤다. 얼마 전까지 이탈리아에 있던 아내가 그리워 휴대폰 액정에 담긴 사진을 보고 또 봤다. 하지만 정작 아내 앞에선 간 큰 남자로 돌변했다.

1980년대 변화무쌍한 토스로 세계 배구계를 호령했던 김호철. 세계 최고의 프로배구 무대 이탈리아는 그에게 반해 ‘마지꼬(마술사)’, ‘마니도로(황금의 손)’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마지꼬는 이번에는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마술을 부렸다. 김 감독이 이끈 현대캐피탈은 2일 천안에서 벌어진 2005~06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최종 5차전에서 ‘무적함대’ 삼성화재의 9년 독주에 마침표를 찍고 무려 11년 만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승이 확정된 뒤 “아들과 딸이 보고 싶다”며 눈물을 주르륵 흘리던 그를 5일 용인 숙소에서 만났다. 치열했던 승부의 세계에서 벗어난 탓에 강렬하던 눈빛은 어린아이의 그것처럼 천진난만했다.

오랜만에 넥타이를 벗은 채 와이셔츠 윗 단추를 풀어헤친 그는 “늙어서 힘이 떨어지기 전에 아내한테 잘 해야 하는데…”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독주보다는 재미있는 배구

“현대캐피탈이 독주하기 보다는 재미있는 배구를 해야 한다.” 그는 소속팀의 우승보다는 배구 발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승축하연에서 정태영 구단주에게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배구 팬을 위해 재미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 회사가 이해하고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재미있는 배구란 무엇일까. 만년 하위팀 LIG와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를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뜻한다.

‘무적함대’ 삼성화재가 9년간 독주할 때 다른 팀은 ‘2위만 하면 된다’는 안이함에 빠졌다. “승패를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배구에 흥미가 사라졌다”고 설명한 김 감독은 “이제는 한국 배구 부활을 위해 특정 팀의 독주보다는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경쟁구도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겨도 화내는 호랑이 감독

현대캐피탈에는 경기에서 이겼지만 혼나는 날, 졌지만 칭찬 받는 날이 많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그가 눈앞의 승패보다는 작전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따지기 때문이다.

멀리 내다본 그의 혜안은 현대캐피탈을 더욱 강하게 키웠고, 결국 삼성화재의 10연패를 저지했다. 호랑이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까지 “안타까운 점이 많지만 좋은 말만 하겠다”며 분을 삭였다.

“한국에 돌아가면 절대 선수를 때리지 않겠다.” 지난 2003년 이탈리아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탈 때 다짐했다. 하지만 마음속의 약속을 지난해 한 번 어겼다.

‘컴퓨터 세터’로 불리던 그의 눈에 세터 권영민의 일거수일투족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했던 그는 우승이 확정되자 “영민이가 고맙다”고 말했다. ‘사랑의 매’는 제자를 더욱 강하게 키웠고, 제자는 스승에게 우승트로피를 선물했다.

한국 배구를 부활시킨다

꿈에도 그리던 우승. 하지만 쉴 틈이 없다. 최근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월드컵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축구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통해 인기몰이에 나선 야구처럼 배구도 국제대회를 통해 부활시키겠다”고 다짐했다.

현대캐피탈은 그의 이런 모습이 못마땅하다. 현대캐피탈이 그 동안 구축한 체력훈련과 전력분석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기 때문. 회사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아낌없이 모든 것을 공개하겠단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그는 자신을 ‘다혈질’이라고 설명한다.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외국팀에 지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단다.

한국 배구의 특징은 조직력과 수비. 하지만 세계 배구의 흐름은 강력한 스카이서브를 바탕으로 공격 배구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섬세한 조직력만으로 세계 정상권에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

키 큰 공격수가 서브리시브와 수비 등 섬세한 기술을 습득해야 한국 배구가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용인=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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