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세상을 바꾸는 디지털 전도사로 불린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게이츠와 잡스는 대학을 중퇴하고 창고에서 시작한 것부터 닮아 있다. 두 전도사는 그러나 20년 넘는 냉랭한 라이벌 관계로도 유명하다.
잡스는 기회가 있을 때면 게이츠를 힐난해왔다. ‘MS는 독특한 풍미가 없다’거나 ‘게이츠가 젊어서 고생을 해봤더라면 MS가 그리 편협하진 않을 것’이라는 식이다.
그러면서 애플은 자사 컴퓨터 매킨토시를 자체 운영체계로만 구동토록 했다. 애플을 마이너로 밀어내고 컴퓨터 시장을 지배하는 MS의 윈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매킨토시는 이후 일반인보다는 특정기능을 높이 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마니아 층을 형성해왔다.
그러던 애플이 5일 인텔 칩 기반의 매킨토시에서 윈도 XP 운영 체제를 구동할 수 있는 ‘부트 캠프’ 소프트웨어를 공개했다. 이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은 매킨토시 이용자들은 MS의 윈도 중심의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20여년 만의 이번 조치가 애플의 개종 또는 MS와의 화해인지에 대해선 분석이 갈린다. 대체적인 분석은 애플이 시장요구에 순응했다는 풀이다. 시장에서 이날 애플주가는 9.9% 상승하며 나스닥 지수를 다시 5년래 최고치로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3~5%로 업계 4위인 애플의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점유율이 이번 조치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과 달리 애플측 반응은 무덤덤하다. 잡스는 이번 조치에 대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고, 애플 홈페이지엔 발표 내용조차 없다. 필립 실러 부사장도 “매킨토시 컴퓨터의 운영체제 중심은 계속 매킨토시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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