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일 이틀간 치러지는 이탈리아 총선에서 10년 전 맞수가 다시 맞붙었다. 2차 대전 이후 최장 집권하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69ㆍ오른쪽) 총리와 1996년 총선에서 그에게 패배를 안겨줬던 로마노 프로디(66ㆍ왼쪽) 전 총리가 주인공.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해 4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집권 중도우파 연합의 내홍을 불식하기 위해 조기총선이란 승부수를 던졌으나 재집권 여부는 불투명하다. 프로디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연합보다 지지율에서 3.5~5%포인트 뒤져 있는 데다가 막판 뒤집기도 쉽지 않은 분위기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자신이 소유한 TV 채널이 편향된 선거보도로 벌금을 부과받았는데도 5일 또 다른 자신의 TV 채널에 단독 인터뷰 출연을 시도하다 야당의 반발로 취소되는 해프닝을 벌였다. 공산당 등이 속한 좌파연합을 겨냥해 “마오쩌둥(毛澤東) 시대 중국에선 아이들을 삶아 거름으로 사용했다”거나 좌파 지지자를 “바보”라고 비하하는 등 설화를 일으켰고, 뇌물제공 회계부정 세금탈루 등 각종 부패 혐의로도 기소됐다.
결정적으로 베를루스코니의 발목을 잡는 것은 지난해 성장률 0%에 그칠 정도로 엉망진창인 경제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미디어 광고 보험 식품 건설 축구구단 등 각종 기업을 거느린 120억 달러 규모의 자산가. 그러나 2001년 그의 취임 이후 이탈리아의 경제는 연평균 0.8%의 성장에 그쳤다. 정부와 가계는 빚더미에 오르고 청년실업은 갈수록 심각해져 ‘최고경영자(CEO)형’ 총리를 기대했던 민심이 떠났다.
힘있는 경제회생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강력한 정부가 필요한 때이지만 이번 총선은 상원(320석)_하원(610석)간 분열을 초래해 정책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도좌파 연합은 하원 선거에선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나 상원까지 장악할지는 미지수다.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지난해 12월 바꾼 선거제도에 따르면 하원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정당연합이 표차와 상관없이 최소한 전체의석의 55%인 340석을 차지하지만 상원은 각 지역구별로 최대 득표 정당연합이 최소 55%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다.
하원은 전국단위의 득표지만 상원은 지역구별이어서 의석수가 많은 지역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변수다. 상원에서는 베를루스코니와 프로디 양측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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