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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 투명경영이 고작 이 정도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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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 투명경영이 고작 이 정도였나

입력
2006.04.0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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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어제 발표한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불법ㆍ편법적 주식거래 행태는 태풍권에 휩싸인 현대차 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승계 의혹과 맞물리며 재벌개혁의 고삐를 쉽게 놓을 수 없음을 잘 보여 준다. 적게는 1% 안팎, 많아 봐야 10% 남짓한 지분을 가진 총수의 사익(私益)을 위해 ‘문제성 거래’가 광범위하게 이뤄짐으로써 기업 성장이나 주주몫으로 돌아가야 할 이익이 크게 침해받았고 결과적으로 국가조세권도 적잖이 훼손된 셈이다. 이 같은 풍토나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기업보국’이라는 말도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가 38개 그룹의 773개 계열사 중 총수일가가 직접적 이해관계를 갖는 250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10년간의 주식거래를 분석해 밝혀낸 문제성 거래는 64개사에 걸쳐 70건이다. 4곳 중 1곳이 부당한 거래를 했다는 얘기인데, 4대 재벌만 보면 그 비율은 40%나 된다. 유형별로는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현대차 그룹처럼 총수 일가가 우월적 지위의 회사를 만들어 계열사 물량을 독점함으로써 그룹에 이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회사기회의 편취’가 대표적 문제성 거래로 지목됐다. 비상장 자회사에 거래를 몰아주는 ‘지원성 거래’도 흔했고, 삼성의 경우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부당 주식거래’가 8건이나 지적됐다.

재계는 “참여연대가 주관적 잣대로 일부 사항을 갖고 전체가 잘못된 양 부각하고 있다”고 불만이 대단하다. 현대차 수사 여파로 가뜩이나 위축된 재계를 자꾸 궁지에 몰아넣으면 국가경제에 무슨 이득이 되느냐는 예의 ‘국익론’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전문가나 언론이 지적했듯이,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외환위기 이후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진행형임이 다시 드러난 이상, 재계는 치부를 가리기에 앞서 몸가짐을 되돌아보는 게 옳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지 않는 범위에서 참여연대 등이 주장하는 모자(母子)회사에 대한 이중 대표소송 도입 등의 문제도 검토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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