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의 흑인 인구가 남북전쟁 이후 140년 만에 처음 줄었다고 한다. 2004년 인구센서스 분석 결과 2000년에 비해 3만 명 감소했다는 것이다. 뉴욕시 흑인 인구는 전체 시민 820만 명 중 25% 정도를 차지했는데, 계속 감소추세를 보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빈부격차, 요즘 우리 말로 사회ㆍ경제적 양극화가 세계 최고 수준인 뉴욕시에서 빈민층의 대부분은 흑인들이다. 이들이 물가와 비싼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싸게 살 수 있는 남부의 도시들로 밀려나고 있다는 얘기다.
■ 이들은 뉴욕의 주변인(marginal man)들이라 할 수 있다. 사회심리학에서 주변인은 경계인, 또는 한계인이라고도 불린다. “이질적인 문화나 사회, 또는 집단의 경계선 상에 있고, 그 두 가지 이상의 문화와 사회 생활 상의 경험이 뒤섞인 형태로 있으면서, 그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사람”이다. 유대인이나 이민ㆍ혼혈인들이 주변인의 속성을 갖는다지만, 시대에 역행하는 대사상가들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주위의 호기심이나 경계심으로 주목되기 쉽고, 본인이 이를 의식하면 할수록 감정 사고 행동이 부자연스럽게 된다고 한다.
■ 대도시의 주변인으로 살다 끝내 버티지 못한 이들이지만, 어찌 보면 원래 출신지로 돌아가는 셈일 수도 있다. 그 위 세대들 중에는 가난한 남부의 고향을 떠나 일자리를 찾으려고 대도시 뉴욕으로 이주, 정착한 사람들이 많았다. 뉴욕에는 지금도 흑인의 이주ㆍ유입이 계속 중이다. 그러나 탈락과 유출이 더 많아 결국 인구사회학적 현상을 이루기에 이르렀다. 주변인으로 말하자면 하인스 워드와 그의 어머니가 살아 온 인생이야말로 극명한 사례다. 다만 모녀는 모진 주변을 감동적으로 탈출한 승자들이다.
■ 지난 달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반이민법에 항의한 50만 시위가 있었다. 불법체류를 강력히 처벌하려는 공화당 강경세력에 대한 주변인집단의 결집이었다. 하원의 이 법안에 대해 상원이 초당적으로 견제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지만, 이 정도 되면 주변의 문제가 아니라 중심의 문제이기에 충분하다. 불법체류의 주류인 히스패닉(남미출신 이민자)은 이미 흑인을 제치고 미국 내 최대 소수인종이다. 캘리포니아에서만 1,200만 명이 넘는 이들은 15년 후면 백인 인구를 능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소수 주류와 다수 비주류 구조가 되는 것인데, 주변의 모순은 언제 어디서나 과제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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