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정태인(46)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관련, 노 대통령과 386참모와 재경부 등을 연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6일 인터넷 언론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한미FTA를 내놓고 욕을 먹어야 하는 건데 거꾸로 됐다”며 “한미 FTA가 되면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대통령이 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FTA 추진에 통상교섭본부와 재경부가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거론한 뒤 “재경부는 주로 삼성 의견만 갖고 정책을 만든다”며 “재경부 국장쯤 되면 삼성맨들이 많다”고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그 사람들(재경부 관료)의 술값 계산은 삼성 사람들이 한다”, “이동걸 금감위 부위원장은 삼성생명 문제 건드려서 옷 벗었다”, “금융산업구조개선 법안은 삼성쪽에서 만든 것”이라는 등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내놓았다.
정 전 비사관은 “386세대들은 정의감이 있지만, 아는 것이 많지 않고 전문성도 없다. 로비와 압력이 다 386들을 통해서 올라온다” 고 말하는 등 청와대 386 참모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노 대통령은 지난 2월 면담 때 나에게 한미 FTA에서 지켜야 할 마지노선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지만 그것은 정부 부처가 만들어야 한다”며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에 부처가 마지노선을 굉장히 약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해 5월까지 한미 FTA를 연구한 적이 없다”며 한미 FTA가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 전 비서관은 인터넷 언론인 ‘오마이뉴스’ 및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한미 FTA 추진은 임기 내에 뭔가 업적을 남겨 보려는 노 대통령의 조급증 때문에 시작된 전형적인 한건주의”라며 노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한미 FTA 추진은 대연정에 이은 대패착”이라며 “정부 주장대로 10개월 안에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정권이 날아가고 그 안에 하면 한국 경제가 날아갈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청와대는 지난해 6월 행담도 개발 의혹에 연루돼 물러난 정 전 비서관이 자신이 몸 담았던 참여정부를 맹공하는 데 대해 우려와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정 전 비서관의 표현이 다소 과한 것 같다”며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386운동권 출신으로, 노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경제자문을 해왔으며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분과 위원을 지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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