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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칼럼] 누가 서울시장이 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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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칼럼] 누가 서울시장이 되든

입력
2006.04.0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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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다음 서울시장이 될까. 다음 대통령을 점치는 것만큼 궁금한 일이다. 1년 예산 15조 원, 공무원 5만 명이 넘는 서울시의 우두머리는 선출직 공직자로서는 대통령 다음으로 많은 표를 얻어 당선되는 사람이다. 서울시장을 거치면 자의로든 타의로든 대통령직을 바라보게 된다. 이명박 시장도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대선의 예비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5ㆍ31 지방선거에서 뽑히는 서울시장은 조선시대의 한성판윤부터 따지면 2006대 시장이 된다. 새로운 시장은 어떤 인물이어야 할지 생각하게 되는 시점이다. 민선시대 이후 선거를 통해 뽑힌 3명의 서울시장은 각기 뚜렷한 특징이 있었다. 초대 조순씨는 경제학자의 폭넓은 안목을 서울시정에 구현하려 애썼고, 다음 고건씨는 관선시장으로서의 원숙한 행정경험을 민선시장으로서 잘 살렸으며, 기업CEO였던 현직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 복원등 실적 중심의 경영자로서 일했다. 나름대로 단점은 다 있지만, 저마다 시대의 요구에 맞게 일했던 사람들이다.

세계의 시장 중에서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인사로는 태국 방콕의 잠롱(1985~1992 재임)을 들 수 있다. 그의 특징은 청렴이었다. 그는 처음 서울을 방문했을 때 청소문제 해결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방콕은 그만큼 부패 척결과 청결이 필요한 도시였다. ‘세계의 수도’라는 미국 뉴욕시의 ‘역대 가장 유능한 시장’ 중 1, 2위를 다투는 줄리아니는 검사 출신이었다. 경찰이 자치단체 산하인 덕분이기도 하지만 줄리아니는 ‘범죄의 도시’라는 악명을 벗게 했고, 후임 블룸버그도 범죄율을 낮춰 재선에 성공했다. 뉴욕은 그만큼 범죄가 문제인 곳이다.

서울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경계할 것 두 가지부터 먼저 언급하고 싶다. 첫째는 토목공사의 유혹이다. 가장 잘 기억되는 업적으로 남는 것은 토목공사다. 길 닦고 건물 세우는 것은 모든 권력자, 독재자들이 힘을 기울인 일이다. 실제로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복원 성공은 신개발주의 경향을 부채질할 만하다. 서울은 아직도 뜯어 고치거나 새로 개발해야 할 구석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둘째는 정치다. 서울시장 선거는 대선의 전초전 쯤으로 인식돼 정당 공천을 바탕으로 한 지방자치제의 문제점이 가장 잘 드러난다. 출마자들 역시 당적 때문에 소신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토목공사의 힘에 기대거나 시정을 정치화하면서 대선무대를 노리는 식의 행정으로는 시민의 실질적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어렵다. 600년 넘은 고도 서울의 세계화, 그 속에 사는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진정으로 추구하려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틀은 문화가 돼야 한다. 그것은 세계적 조류이며 창의력이 뛰어난 한국인들의 강점이기도 하다. 심각한 강남ㆍ북 격차나 양극화 해소도 문화적 감수성과 이해로부터 그 힘과 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열린우리당에 가입하면서 시장 후보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했다. 보라색 스커프와 귀고리 차림에, 품격있고 깨끗한 정치를 추구한다는 뜻에서 보라색과 흰색으로 행사장을 장식했다. 문화의 힘과 이미지정치에 대한 인식을 보여 준 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알맹이까지 그런지는 알 수 없다. 행사장소가 극장이라는 것도 그의 출마선언이 자기 삶의 실험이며 일종의 이벤트라는 걸 알게 해 주었다.

정치인들이 존경하는 인물로 가장 많이 꼽는 백범 김구는 ‘백범일지’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한 것은 정부수립 1년 전인 1947년이다. 그 혼란스러운 시기에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놀라운 일이 아닌가. 누가 서울시장이 되든 이제 그는 문화시장이어야 하며, 문화시장이 아니라면 적어도 문화적으로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임철순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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