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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교육체계 불만인 채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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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교육체계 불만인 채 살아가기

입력
2006.04.0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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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큼 ‘변화’란 단어가 끊임없이 화제에 오르는 나라도 드물다. 정치가는 태도를 바꿔야 하고, 운전자들의 습관도 변해야 하고, 공무원들의 기강도 변해야 한다고 한다. 급속하게 발전한 산업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엄청난 속도로 보급된 휴대폰과 인터넷은 사람들의 일상 곳곳을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최근 교육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걱정스럽다. 해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홀로 외국에 내보내고 엄청난 돈을 송금한다. 날이 갈수록 많은 학생들이 성적 향상에 용하다는 학원과 과외교사를 찾고 있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풍경이다.

한국의 교육체계가 문제를 안고 있고 변화가 필요하다면, 국민들은 해외로 자녀를 보내고 많은 돈을 송금하는 대신 교육체계를 바꾸기 위해 돈을 써야 한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정부가 교육개혁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불평만 한다.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조차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내거나 사교육을 선택하고, 각종 학원들은 정부가 원치 않는 또 하나의 사립학교가 돼가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의 교육체계를 변화시키는 일이 이토록 어려울까. 돈 문제 때문은 아닐 것이다. 각 가정에서 자녀들의 사교육이나 유학에 쏟아붓고 있는 비용이 어마어마한 것을 보면 말이다. 문제는 오히려 한국인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교육비가 다른 나라 교육기관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준다거나, 국내적으로는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을 배부르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답은 숱한 한국 학생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찾아 나서는 나라들의 교육, 사회풍토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의 부모들에게는 자녀를 사회적 평판이 높은 명문대에 보내는 것이 교육의 유일한 목표다. 혹은 최소한 아무 대학이라도 좋으니 대학은 꼭 나와야 한다고 믿는다.

반면 한국 학생들이 유학하고 있는 서구 국가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아예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 사회가 고차원적인 학문이나 지식보다는 실용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또 초ㆍ중ㆍ고교를 거치면서 체계적인 진로지도가 이루어지고, 고등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이미 가려지기 때문에 고교를 졸업할 때쯤에는 각자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선택을 끝내게 된다. 따라서 한국에서 매년 국가적 차원의 행사로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같은 입시도 필요가 없다.

이제는 교육체계가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 전에, 이 체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언제까지고 개인들이 비싼 교육비를 들여가며 학교가 아닌 대안을 찾아 뛰어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좋은 교육체계는 소수의 정책 입안자나 다른 누군가가 아닌 교육의 소비자인 한국인들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야 할 부분이다. 신문이나 방송도 교육정책에 관해 선정적으로 문제점만 지적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어 적절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정책을 뒤집는 일은 쉬울지 모르지만, 모든 이에게 더 나은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는 해법을 찾는 일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헨니 사브나이에 단국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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