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인 미국 민주당 신시아 매키니 하원의원(조지아ㆍ51)에게 뻗친 망신살은 역설적으로 미국 사회가 가진 강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매키니 의원은 지난 주 신분을 알리는 배지를 달지 않은 채 하원 건물에 들어서려다 제지하는 의사당 경비 경찰을 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이번 주 폭행 혐의로 체포 영장을 신청하자 매키니 의원은 CNN 방송 등에 출연, ‘흑인이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을 당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흑인을 표적으로 한 인종적 불심검문에 자신이 ‘제물’이 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또 경찰이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어야만 했는데도 그러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하려 했다. 미 하원의원 435명 중 흑인은 14명에 불과해 그의 말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종 차별’ 주장은 미국 사회에서 여전히 강력한 방어수단이다. 그러나 동료 의원들이 보인 그에 대한 반응은 한마디로 냉랭하다. 공화당 의원들이 경찰 직무집행의 전문성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은 ‘당파적’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의 태도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의원(캘리포니아)은 “경찰 폭행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원 민주당 2인자인 스테니 호이어 의원(메릴랜드)은 “의원 보좌관들 뿐 아니라 의원들도 경찰의 지시에 전적으로 따르고 협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미국 사회가 공권력에 대해 거의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를 갖고 있음을 웅변한다. 군사독재 정권을 거치면서 공권력이 불신받던 시절이나, 우리의 민주화도 이제 남부럽지 않다고 느끼는 지금이나 공권력에 대한 존중은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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