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종합대책 후속 조치로 보도되었던 서울시 학군 광역화 방안이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니 다행이다. 오죽하면 부동산 대책으로 학군 조정까지 논의했는지 모르지만 이번 일로 교육 문제를 보는 위정자들의 왜곡된 시각이 그대로 노출된 것 같아 걱정스럽다.
●학군제 논란, 왜곡된 시각 드러내
학군 규모 축소는 세계적 추세이다. 학군이 광역화되면 학생들이 바로 옆에 학교를 두고도 먼 곳으로 통학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주민들의 교육에 대한 불만과 저항을 가중시킨다.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거주지 기준 최인근 학교 배정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초ㆍ중학교 단계는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나, 고등학교는 아직 의무교육단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적용하고 있지 않다.
소규모 학군제는 통학의 편의성 뿐만 아니라 거주지에 따라 입학할 수 있는 학교를 자동 결정하여 이주와 동시에 안정적인 학교 선택 기회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거주지 선택이 곧 학교 선택과 같기 때문에 이사하지 않으면 원하는 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고, 특히 주택가격이 비싼 지역 학교의 경우 빈부간 학교 선택 기회를 제한한다는 논란의 대상이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선진국들은 이사하지 않고서도 원하는 학교를 고를 수 있는 학교선택제(school choice)를 도입하고 있지만, 선택받은 학교와 받지 못한 학교 간의 지나친 교육경쟁 유발로 또 다른 공교육 격차와 주민 갈등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지역간 학교 격차는 낙후지역 학교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시설 및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우수 교사들을 집중 배치하는 것으로 해소할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맹신되고 있는 강남교육 신화를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강남의 학교가 과연 강북의 학교보다 더 좋은가? 정말 학교가 좋아서 강남으로 몰려가는 것인가? 서울시의 지역간 학력 격차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강남 학생이 우수하지만, 학교변인 이외의 가정변인을 통제한 경우 오히려 강북 학생의 학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학생들의 높은 학력수준은 강남 학교가 더 좋아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가정배경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뜻이다. 결국 부자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그곳 학교들이 좋은 학교처럼 보일 뿐, 실제 강남 학교들이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강남 집값 문제는 아파트 위주의 쾌적한 주택단지와 거주공간, 다양한 편의시설과 학원, 비싼 곳에 산다는 왜곡된 자부심과 허영심으로 발생한 부자들의 계층의식 등이 복합되어 수요가 팽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히 주택이 공급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강남 집값 잡으려다 집값도 잡지 못한 채 그나마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오던 학군제를 건드려 서울 교육 전체를 불태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교육 문제는 공교육 내실화라는 교육 논리로 풀어야 하듯이, 부동산 문제는 수요 공급의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한다.
김흥주ㆍ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제도연구실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