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 정인봉 인권위원장은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 여동생의 무형문화재 지정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손봉숙 의원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압력을 넣었다고 한다”며 “국정원을 즉각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소리를 높였다. 회의장에선 피식 웃음이 터졌다. 허태열 사무총장 등 당직자들조차 “또 고발이냐”며 고개를 저었다.
여야의 고발전이 해도해도 너무한 수준이다. 상대 당이 얽힌 의혹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검찰에 고발하고 보는 식이다. 진실 규명 보다는 상대의 약점을 더 크게 쟁점화 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5일 한나라당 회의에서 자조가 나온 것도 무차별적 고발에 대한 일말의 부끄러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야는 “고발은 효율적 정치공세 수단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고발 사실과 수사 과정이 두고두고 언론에 보도되기 때문에 홍보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올 들어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서로를 검찰에 고발했거나 고발을 검토 중인 사안은 10건. 한나라당이 6건, 우리당이 4건이다. 국가 청렴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한 사안과 조사 요청을 검토하는 사안도 3건이다.
여야는 동료 의원의 말 실수도 가차 없이 고발한다. 한나라당은 2월 “공천 관련, 모당 주변에선 개도 1만원 지폐를 물고 다닌다”고 발언한 우리당 민병두 의원을 고발했다. 우리당은 3월 “우리당 정청래 의원이 기자들 앞에서 성 추행을 재연했다”고 브리핑한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과 당 행사에서 김대중 전대통령과 우리당 정동영 의장에 대해 비하 발언을 한 전여옥 의원을 명예 훼손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해찬 전 총리의 내기 골프 파문과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 파문도 어김 없이 법정에 가 있다. 한나라당은 이 전 총리와 이기우 전 교육부차관을, 우리당은 이 시장을 각각 수뢰혐의 등으로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에 각각 고발했다. 민노당도 이 시장을 같은 이유로 고발했다.
한나라당은 또 청와대 앞에 횟집을 낸 이강철 정무특보가 공무원 행동강령을 어겼다며 국가청렴위에 조사 요청했고, 우리당도 관용차를 전용한 이 시장과 허남식 부산시장을 청렴위에 조사 요청 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오거돈 해양부, 이재용 환경부 전 장관 등이 출판기념회 등에서 사전선거 운동을 했다며 2월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상태. 우리당 정책간담회에 공무원을 참석 시킨 김진표 교육부총리도 3월 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남부지검에 고발됐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