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구도에 오세훈 변수가 떴다. 맹형규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의 양강 구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오 전 의원이 경선출마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기 때문이다.
오 전 의원의 특장은 이미지다. 그는 당내 다른 후보에 비해 비(非)정치적으로 인식된다. 2004년 과감하게 의원직을 내던졌고, 정치관계법 개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개혁적으로 비친다. 이미지로 승부하는 강 전 장관에 대한 맞불 카드로 제격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 한나라당의 후보 경쟁도 활기를 띨 것이다.
하지만 당 안팎 시각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가 2년 만에 다시 돌아오는 격이어서 당장 식언(食言)이란 비판을 받을 것이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전혀 당과 관련 없거나, 비판적 인물을 영입해야 당의 외연이 넓어진다”며 오 전 의원 카드의 효과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대중성 면에서 강 전 장관에게 힘이 달린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그는 출마결심을 하더라도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한다. 당 역학구조와 다른 후보들의 완강한 기류에 비추어 경선 없는 전략공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가 고민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그의 당내 지지 기반이 돼 줄 소장파 중심 수요모임도 “경선은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했다. 오 전 의원의 한 측근도 “본인도 당내 경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시간도, 조직도 없다. 원희룡 남경필 의원 등 소장파들이 발벗고 나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미 상당한 거리를 달려나간 타 후보들을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이 엄존한다.
물론 여론조사에서 오 전 의원이 강 전 장관과 비등한 지지도를 보이면 당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밀자”는 대의원들의 전략적 판단이 대세를 이룰 가능성 때문이다.
그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심 중”이라고만 했다. 이런 가운데 그가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 시장의 의중을 조심스럽게 타진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오 전 의원으로선 비록 예선 통과에 실패하더라도 당 복귀의 명분을 잡았다는 점에서 경선 참여는 ‘남는 장사’라는 시각도 있다. 어차피 정치권에 돌아올 것이라면 이 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오 전 의원이 승패를 떠나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6일 의원총회 분위기를 살핀 후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언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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