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치나왓 총리의 전격 사임으로 봉합되는 듯 했던 태국 정국이 야당의 재선거 보이콧 선언으로 또다시 혼미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을 비롯, 찻타이, 마하촌 등 야 3당은 5일 “우리는 23일 실시될 재선거에 아무도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선거는 총선에 단독 출마했지만 ‘최소 20% 득표’ 규정에 미달해 당선자를 내지 못한 38개 선거구와 후보 자격이 박탈된 1개 선거구 등 39개 선거구에서 23일 실시될 예정이다.
태국 하원은 500석(지역구 400석, 전국구 100석)이 모두 채워진 뒤 소집할 수 있고, 내각이 구성돼야 후임 총리도 선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들 3대 야당이 재선거마저 보이콧한다면 의회 구성은 불가능해 헌정 중단 사태가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이 조기총선 보이콧에 이어 재선거마저 불참키로 한 것은 탁신 총리의 ‘완전한 정계 은퇴’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이다.
반 탁신 시위를 주도해 온 태국 시민단체 연대모임 ‘국민 민주주의 연대’(PAD)는 탁신 총리가 이 달 30일까지 물러나지 않으면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PAD는 7일 방콕 의사당 앞 ‘로열 플라자’에서 열기로 한 반 탁신 집회를 예정대로 강행할 방침이다.
탁신 총리는 5일 야권 공세에 밀려 일단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과도총리에 칫차이 와나사팃야 부총리 겸 법무장관을 지명했다.
수라퐁 수에브웡리 정부 대변인은 “탁신 총리가 내각 관할권을 칫차이 부총리에게 이양한 뒤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차기 총리를 지명할 때까지 휴식을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칫차이 과도총리 피지명자는 탁신 총리의 오랜 친구로 미국에서 동문수학하고, 경찰에서 같이 근무했다.
하지만 탁신 총리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총리직에 복귀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실시된 조기총선 중간 집계 결과, 탁신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이 54%의 득표율(1,510만표)을 올렸다.
지난해 2월 실시된 총선에서 여당은 74.4%의 득표율(1,440만표)을 거두었다. 득표율은 낮아졌지만 득표수에서는 70만표를 더 얻었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기권표를 던진 반 탁신 유권자는 930만표로 여당 득표보다 훨씬 낮았다. 이 때문에 탁신 총리는 총리직은 물러나도 타이락타이당 당수직을 유지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됐다.
야권으로서도 올해가 푸미폰 국왕의 대관 60주년이 되는 해여서 강공으로만 일관하기에는 부담이다. 당장 PAD는 푸미폰 국왕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기 7일 집회를 끝으로 반 탁신 집회를 일단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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