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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경쟁력-핀란드를 가다/ <상> IT도시 오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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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경쟁력-핀란드를 가다/ <상> IT도시 오울루

입력
2006.04.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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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오울루에서 태어나고 자라 현재 시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이레네 오우카는 유치원 시절부터 ‘노키아’를 알았다.

“노키아의 고무 장화는 질기기로 유명해서 누구나 하나 씩 갖고 있었어요. 그 장화 회사가 약 30년 전 개발 부서를 우리 동네로 옮긴다더니 어느 순간 세계적인 이동통신 기업으로 자라 있더군요.”

헬싱키 북쪽으로 600㎞ 떨어진 도시 오울루로 연구ㆍ개발(R&D) 센터를 옮긴 결정은 노키아 성장신화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이다. 오우카는 “전자 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노키아는 당시 의욕에 가득찬 오울루대학의 젊은 교수들을 믿고 R&D 센터 이전을 결정했다”며 “지금도 휴대폰의 신기술 중 상당 부분이 대학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첨단 지식으로 무장한 학생 수천 명에게 미리 시험해볼 수 있는 것도 노키아의 자산이다. 오울루에서 일하는 노키아의 연구 인력은 2005년 말 현재 4,500여명에 달한다.

400년 전 스웨덴 점령 시절 건설된 도시 오울루는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제지 산업과 연어 무역항으로 이름을 날렸다. 값싼 노동력으로 무장한 중국의 등장으로 세계의 ‘굴뚝 산업’이 80년대 말부터 내리막을 걸으면서 오울루의 제지 공장들도 문을 닫고 도시는 쇠락하는 듯 했다. 일자리를 찾아 젊은이들이 빠져나가던 오울루를 살려낸 것은 뜻밖에도 대학이었다.

수도 헬싱키가 위치한 남부 지역을 견제하기 위해 58년 세워진 오울루대에는 매서운 날씨 탓에 박사학위를 갓 받은 젊고 건강한 교수들만 모여들었다. 이들이 기업과 의욕적으로 협력하며 오울루를 첨단 도시로 변화시켰다.

‘오울루 현상’이라고 이름 붙은 이 도시의 성공은 굴뚝 산업을 정보기술(IT)이 성공적으로 대체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기업체_학교_정부의 성공적 협동 시스템의 중심에는 변화를 즐기는 젊은 대학이 중추 역할을 한다. 학생 수가 1만6,400여명에 달하는 대학을 중심으로 80년 문을 연 첨단 기업 단지 ‘테크노폴리스’가 상용화를 책임진다.

73년 군사 목적으로 무선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세워진 정부 산하 연구소인 ‘핀란드 기술 연구센터(VTT)’도 기업체로부터 굵직한 프로젝트 연구를 위임 받아 수행한다. 대학과 테크노폴리스, VTT 등 핵심 연구소가 걸어서 20분 이내 거리에 모여 있다는 것은 작은 도시 오울루만이 누릴 수 있는 큰 강점이다.

오울루시의 마티 펜나넨 부시장은 “오울루 인구는 12만9,000명이고 평균 연령은 36세에 불과하다”며 “10년 후 쓸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내는 대학과 바로 내일 시장에 내놓을 상품을 선보이는 기업이 손을 맞잡고 오울루, 나아가 핀란드를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울루 테크노폴리스의 2005년 매출은 전년보다 10% 늘어난 3,170만유로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 성장률은 73.8%(730만유로→1,270만유로)에 달한다.

이 곳 대학을 졸업한 학생 상당수가 남부로 옮겨가지 않고 오울루에 남아 첨단 기업으로 흡수되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졸업생 1만3,000여명 중 75%가 오울루 부근서 일자리를 잡았다. 테크노폴리스에 입주한 600여개 회사가 필요에 따라 긴밀하게 ‘헤쳐 모여’를 할 수 있는 것도 ‘오울루 사람’이라는 정서적 친밀감 덕이라는 설명이다.

오울루대 기술학부 유하 뢰닝 교수는 “기업은 문제가 생기면 대학으로 오고, 대학서 기발한 발명을 하면 기업체로 들고 간다”며 “큰 도시에선 협력할 사람을 정하는 데만 긴 시간이 걸리지만 여기서는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개발 단계부터 상용화가 빨리 진행된다”고 말했다.

오울루=김신영기자 ddalgi@hk.co.kr

■ 컴퓨터 소기업 '포워드' 직원은 고작 20명

스포츠 측정용 컴퓨터 전문회사 ‘포워드(FRWD)’는 ‘정부ㆍ기업ㆍ학교 3중나선 모델’이라 불리는 오울루의 경쟁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회사 일카 리마 사장은 2000년 크로스컨트리 스키 경주에

진 뒤 “” 하는 고민에 빠졌다. 패인을 해결할 혁신제품을 만들기 위해 창업을 결정했다. 자금은 핀란드 정부에서 지급하는 첨단기업 지원자금 ‘’.

경영학을 전공해 기술지식이라고는 전무했던 그는 ‘GPS를 이용한 모바일 위치 측정 도구’라는 아이디어만 내놓았다. 모든 연구는 오울루 테크노폴리스와 대학에 있는 20여개 연구소에 나누어 맡겼다.

리마 사장은 “오울루에 있는 기업들은 다른 기업과 협조하는데 익숙해 기밀유지에 신경 쓸 필요도 없고 귀찮은 서류작업도 순식간에 끝난다”며 “오울루의 모든 두뇌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직원을 많이 채용할 이유도 없다”라고 밝혔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2관왕인 에스토니아의 크리스티나 스니루 등 세계 정상급 스키 선수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이 회사의 직원은 세 명의 연구원을 포함해 고작 20명이다.

오울루=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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