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밥은 형편없는데도 왜 이렇게 비쌀까.”
올해 초 다리를 다쳐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 40여일간 입원했던 정모(42)씨는 입원 후 3주 후부터는 식사시간만 되면 목발을 짚고 밖으로 나가 밥을 사먹었다.
나물 반찬 몇 개에 마치 돌을 씹는 듯 영 맛이 없는 병원식이 한끼에 7,200원이나 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환자를 볼모로 병원이 배를 채우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나 그 보호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의심이다. 그런 의심은 근거가 있고, 그 원인은 도를 넘는 ‘밥값 부풀리기’라는 주장이 나왔다. 입원환자의 식대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은 비급여 항목으로 전체 입원비용의 12%에 이를 만큼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국립병원, 대학병원, 종합병원 등 28개 대형병원의 환자식 원가(일반식 기준)는 평균 2,169원에 불과했다.
보통 병원이 식사 1끼에 4,500~8,000원을 받는 것으로 볼 때 지나친 거품이 끼어 있는 셈이다. 건강보험공단이 파악하고 있는 원가 4,63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환자의 식사비용은 병원 직원들에 대한 보조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회사원 황모(33)씨는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1주일 간 입원한 아내의 퇴원수속을 밟으러 지하로 내려갔다가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다.
병실에 나오는 것과 똑같은 직원용 백반 가격이 2,500원에 불과했던 것. 병실에는 7,500원에 제공되는 음식이었다. 황씨는 “가격 차이가 너무 심해 병원 측에 따졌지만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들은 체도 안 했다”며 “지금 생각해도 괘씸하고 짜증난다”고 말했다.
급식 위탁업체와 대형병원과의 유착관계도 도마에 올랐다. 급식업체에서 병원에 뇌물을 주고 계약을 따내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음식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신문식)는 4일 모 의료기관 식당 용역업체 S사 대표 이모(54)씨가 의료원 간부들에게 수억 원의 뇌물을 건넨 정황이 드러나 회사 사무실과 이씨의 집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나친 환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6월 시행을 목표로 ‘입원환자 식대 급여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건보를 적용해 환자 본인 부담율을 20%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환자 직접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문제는 남는다. 정부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식대 원가는 여전히 거품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기본가격 3,390원 외에 영양사, 조리사수, 직영 여부 등 가산항목을 더해 식대를 최고 5,680원까지 책정할 수 있도록 해 건보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입원환자의 식대 보험 적용이 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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