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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이것들이 발칙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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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이것들이 발칙하구먼"

입력
2006.04.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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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 아니면 구입을 주저하는 보수적 소비자에게 이 영화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스타파워’ 없는 배우들에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을 패러디한 것 같은 엉성한 조합의 제목. 감독도 신인이고, 제작비도 ‘염가’인 19억원으로 끝냈다니 이래저래 중저가 브랜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러나 박용우, 최강희 주연의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은 그런 못된 선입견을 호쾌하게 배반하며, 횡재한 것 같은 쾌감을 안겨주는 발칙한 코미디다. 뜬금없는 ‘비장 모드’로 감동을 급조해내려는 한국 코미디의 치명적 결함을 답습하지 않는 이 영화는 유머의 논리정합성과 자기완결성을 추구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깔끔하게 웃겨주는, 실로 보기 드문 미덕을 겸비했다.

‘로맨틱 스릴러’라는 변종 장르를 표방한 ‘달콤, 살벌한 연인’은 툭하면 살인을 저지르는 아름다운 여자와 서른이 넘도록 연애 한 번 못 해본 헛똑똑이 남자 사이의 좌충우돌 연애담을 그린다.

대학 영문학 강사 황대우(박용우)는 멀쩡한 외모와 남부럽지 않은 ‘가방끈’에도 불구하고 여자 앞에만 서면 입이 얼어붙는 숙맥. 그의 오피스텔 아래 층에 예쁘고 지적인(것처럼 보이는) 이미나(최강희)가 이사오면서 생애 첫 사랑이 시작되지만, 미나는 외모와 달리 ‘욱’하는 성질을 못 참아 남자친구들을 여럿 ‘도살’한 살벌한 여자다.

그녀의 정체를 알기까지의 과정과 이후의 해프닝을 통해 시종 웃음폭탄을 터뜨리는 이 영화는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뽑아내는 원초적 ‘인간본색’과 생생하게 펄떡이는 캐릭터들 덕분에 살인이나 암매장 같은 엽기적 설정들을 코미디를 위한 하나의 시추에이션으로 무난하게 연착륙시켰다.

각각 데뷔 13년차, 12년차인 박용우와 최강희을 재발견하는 재미도 ‘달콤, 살벌한 연인’의 매력 중 하나다. 지난해 사극영화 ‘혈의 누’를 통해 한 차례 찬사를 받은 바 있는 박용우는 현란한 개그와 개인기로 영화의 8할 이상을 리드하며 코미디 분야에도 재능이 있음을 입증한다.

첫 키스를 하면서 “혀 너무 좋아, 혀 최고야”를 외치는 엽기적인 모습부터 친구에게 “너도 키스할 때 혀 넣니? 나 얼마 전에 넣었잖아”라고 잘난 척하는 모습, 시체 암매장에 땀을 쏟고 와 동침을 거부하는 미나에게 “저혈압이라 짜게 먹어도 돼요. 바로 이맛이야”를 외치는 장면까지, 황대우는 박용우로 인하여 생명력을 얻었다.

남자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는 비현실적이고도 비도덕적인 미나의 캐릭터는 최강희 특유의 엉뚱하고 순수한 이미지가 아니었다면 설득력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테니 그의 무표정한 연기에도 2할의 지분이 돌아가야 마땅할 것 같다. 손재곤 감독의 데뷔작으로, 단 한 차례의 노출과 잔인한 장면 없이 설정과 대사만으로 18세 관람 등급을 받았다. 6일 개봉.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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