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문제로 촉발된 호주와 인도네시아의 외교 갈등이 상대국 지도자에 대한 만평 모욕 사건으로 확대되면서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달 23일 인도네시아령 파푸아주(웨스트 파푸아) 출신 42명의 망명을 허용했다. 파푸아주 독립운동가와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43명은 1월 전통 카누에 인도네시아 군의 대량학살을 비난하는 깃발을 건 채 5일 동안 항해 끝에 호주에 도착했다. 호주 정부는 42명에 대해서는 ‘임시보호비자’를 내줬고 나머지 한명은 심사중이다.
망명이 허용되자 인도네시아 최대 일간지 ‘라키아트 메르데카’(인민자유)는 지난달 29일자 1면에 ‘두 딩고(호주산 들개)의 모험’이란 제목으로 존 하워드 총리와 알렉산더 다우너 외무장관을 딩고로 묘사하는 만평을 실었다.
만평은 하워드 총리가 다우너 장관에게 “알렉스, 난 파푸아를 원해, 그렇게 한번 해봐”라고 말하면서 호주국기가 달린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다.
다우너 장관은 1일 “썰렁하고 모욕적인 만화”라고 비판했고, 야당 노동당도 “세계 어느 나라의 취향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역겹고 수치스러운 만화”라며 캔버라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관측에 항의했다.
호주 최대 전국지 오스트레일리안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1일 주말판에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파푸아인을 교미하는 개로 묘사하는 만평을 실었다.
‘고의적인 모욕 의사는 없음’이란 제목의 만평에서 유도요노 대통령은 파푸아인에게 “이것(호주 망명허용)을 잘못 받아들이지 말라”며 꼬리를 흔들고 있다.
이 만평이 알려진 뒤 인도네시아 무슬림에서는 호주에 대한 격한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의회에서는 호주와의 외교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이슬람에서는 개가 무슬림을 핥기만 해도 정화의식을 치를 정도로 개를 불결한 짐승으로 여기고 있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4일 “어떤 나라나 단체든 파푸아주 분리독립 운동을 지지하거나 부추기는 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는 1999년 동티모르 분리 당시 호주가 앞장서서 독립 운동을 지원했던 것처럼 이 곳 독립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네덜란드 지배를 받다 61년 독립한 웨스트 파푸아는 이듬해부터 인도네시아의 지배 아래 놓여있는데 인도네시아에게는 노다지나 다름없다.
인도네시아는 이 곳 벌목권을 인정해 주는 대가로 매년 국내외 회사로부터 100만 달러를 받고 있다. 또 영국과 중국, 일본 회사들이 올해부터 함께 추진 중인 320억 달러짜리 액화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로 90억 달러를 챙길 예정이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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