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림(77) 시인의 셋째 아들인김상호(45) 대만 수평대(修平大)중문과 교수가 부친의 중문판 시선집‘반도적 동통’(半島的疼痛^원제‘반도의 아픔’)을 대만 현지에서 출간했다. 290쪽 분량의 시집에는 시인의 초기 시부터 근작까지 100편의 시와 김 교수 등이쓴 평론, 연보, 한국어 원시 등이 수록됐다.
김 교수는 시의 번역·출간 작업에3년 가량 걸렸다고 말했다.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독자라면 오롯이그 뉘앙스를 받아들이기 힘든 단어들, 가령‘다리목’ 같은 시어를 중국어로 옮기는 게 특히 어려웠어요.”그고비들을 스무권남짓의 사전들로, 유년의 기억 속에 내장된 부친의모습으로 가까스로 넘어선 것 같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이시집은 미욱한 아들의 작은선물입니다. 3남 1녀 형제 가운데 제가 아버님과 기질적으로 가장안맞았거든요. ‘충돌’이참많았어요.” 김교수는 번역작업 내내 원고지를 마주하던 부친의 어깨를 떠올렸다고 했다. “아버님은 새벽녘에 주로 시를 쓰셨어요. 뒤척이다 가끔 눈을 뜰때면 언제나 아버님은 이부자리에 엎드린 채거나 앉은뱅이책상 앞에 앉아 계셨어요.”
첫 새벽의 정밀함 속에 녹아 드는가족의 고른 숨소리를 지키며 문틈새로 스미는 냉기를 원고지 한장으로 막으려 했던 젊은 가장의 고단함. 이제 그 나이에 이른 아들은 시어(詩語) 너머에서 그 아버지의 마음이 어슴푸레하게 보인다고 했다. 난 지60일만에 숨을 놓은 아들을 보내는 아비의 마음( ‘양지에서-순연’)이그렇고, ‘동심’ ‘포옹’ ‘건망증’ 같은시어에서 시인이기 이전에 나이 들어가는 내아버지, 이시대 아버지의 마음을 읽는다고도 했다.
대만현대시인협회 상임이사, 문예지‘대만 현대시’의 편집위원이기도한 김교수는 대만 행정원 문화건설위원회에 부친의 시선집 출간 지원을 요청했고, “대만 시를 외국에 소개한다면 모를까…” 하며 시큰둥하던 당국을 집요하게 설득했다고 한다. 이번 시집은 전액 대만 당국의 국비 보조로 출간됐다.“아버님 반응이요? 담담히 받으셨지만, 속으론 좋아하셨을 겁니다.”
김 교수는 김종길 문덕수 등 우리원로 시인들의 시선집 중문판을 이어 낼 욕심을 품고 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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