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잡느냐”
중국의 한 명풍 짝퉁 업자가 최근 단속에 걸리자 내뱉은 항변이다. ‘중국 전체가 다 그런데 왜 나한테만 돌을 던지냐’는 식이다.
중국의 신징바오(新京報)는 4일 베이징(北京)의 대표적인 명품 짝퉁 상가인 시우수이(秀水)가 상표법 위반으로 적발돼 10만 위안(1,300만원)을 벌금을 부과받은 뒤 열린 청문회에서 이같이 답변했다고 전했다. 시우수이는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4차례 단속에서 샤넬 갤러웨이 등의 복제품을 판매한 사실이 적발됐다.
베이징 차오양취(朝陽區)의 6층 건물규모의 시우수이에서는 수백개의 입주 상점들이 루이뷔통 구찌 샘소나이트 롤렉스 등의 명품을 복제한 상품을 팔고 있다. 한국인 등 외국 관광객과 중국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차오양취의 상표권과 지적재산권 보호 업무를 맡는 공상분국이 주재해 3일 열린 청문회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중국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시장 관리회사는 회사측이 상인들의 짝퉁 판매를 묵인, 편의를 봐주었다는 공상분국의 주장에 대해 “가짜 명품은 전시 상품의 10%도 되지 않는다”며 “일부 상인들만이 몰래 가짜 명품을 요구하는 사람에게만 팔고 있다”고 항변했다. 보이는 것만 관리할 뿐 보이지 않는 편법 거래에는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것이다. 당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업무를 시장관리회사에 분담시킨 것도 이런 문제를 야기시키는 원인이다.
시우수이 관리회사 총경리 왕즈리(王自力)은 이날 “시우수이의 문제는 단지 한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현 중국 전체의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측의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벌금을 낸 뒤 법원에 제소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 같은 시우수이측의 주장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조잡한 짝퉁을 파는 시우수이가 복제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매우 정교해 명품의 절반가격에 육박하는 1급 가짜 명품들은 대부분 오피스텔에 차려진 비밀 전시장에서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중국은 1일 미국 유럽연합(EU)와 함께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를 명시한 상하이 선언을 채택하기도 했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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