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 그룹의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영수 부장)는 정몽구 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하청업체의 모(母)기업의 화의채권을 헐값에 인수한 뒤 되팔아 거액의 차익을 챙긴 단서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비자금 조성,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에 이어 총수 일가의 개인 비리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검찰에 따르면 정 사장은 현대차 상무로 재직하던 2001년 11월 다른 임원 3명과 함께 현대차 하청업체의 모기업이 가지고 있는 화의채권을 싸게 샀다가 다시 팔아 2차례에 걸쳐 95억여원의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김현웅 부장)는 지난해 1월 이 첩보를 입수, 내사해 오다 3일 대검 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중수부는 정 사장 등이 화의채권을 매입한 자금의 성격과 거래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사장 등이 회사자금으로 채권을 매입했는지, 납품 계약을 내세워 하청업체에 화의채권 매매를 부당하게 요구했는지를 중점 조사해 혐의가 드러날 경우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정 사장을 3일 출국금지 조치했으며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윈앤윈21, 윈앤윈21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문화창업투자, 씨앤씨캐피탈, 큐캐피탈홀딩스 등 5개 회사를 압수수색 했다.
이들 회사는 부실 기업을 인수,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기업구조조정 전문 회사들로, 현대ㆍ기아차가 본텍, 위아 등 계열사를 인수하는 데 관여했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넓은 의미에서 현대ㆍ기아차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회사들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 회사 관계자들도 불러 조사했으며 일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다. 검찰은 “이들의 신병처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혀 5일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 화의채권이란
화의(和議)를 신청한 부실 기업의 채권을 말한다.
화의는 부실 기업의 파산을 막기 위해 채권자와 부실 기업 사이에 체결하는 강제 계약으로, 기업이 내놓은 채무변제 방안을 채권자가 수락하면 화의가 가결된다.
화의 채권은 일반 채권과 같이 인수가 가능하며 부실 기업의 경영이 정상화될 경우 비싼 가격에 되팔 수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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