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저널 ‘이프’(도서출판 이프)가 최근 ‘완간호’를 내고 9년의 날갯짓을 접었다.
이프는 이문열 소설 ‘선택’의 출간 등을 계기로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문제 제기와 반발이 구체화하던 1997년 5월, ‘웃자! 뒤집자! 놀자!’라는 구호와 ‘오랫동안 남성 욕망과 쾌락의 대상에 불과했던 여성은 이제 스스로 주인이 되는 삶을 살겠다’는 선언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제호 이프는 ‘만약’이라는 사전적 뜻과 함께, ‘틀에 얽매이지 않는 페미니즘’(infinite feminism)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프는 2000년 헌법재판소 간통죄 합헌 판결을 둘러싼 간통죄 논란, 같은 해 페미니스트아티스트그룹 ‘입김’의 종묘 앞 ‘아방궁’(아름답고 방자한 자궁) 프로젝트 시도 등을 통해 ‘가부장제와의 전면전’을 도발했다.
이프는 여성의 성을 양지로 생기발랄하게 이끌어 낸 ‘쾌락적 성 담론’ 주창, 군대 문화에 대한 치열한 문제 제기 등을 통해 항상 논쟁의 한 복판에 있었다. ‘쌓여 있는 여자들의 시체를 밟고 온 여자들이 이루려 하는 꿈과 소망 염원의 총체’(김정란, 이유진)라는 지지와 함께 ‘배운 여자들의 시건방진 지적 유희’라는 비아냥도 받았다.
이프가 막 내리는 것은 예기치 않은 경영난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상 폐간 혹은 종간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완간이라고 표현한 것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한다는 ‘이프스러운’ 약속이라고.
더 이상 잡지는 못 내더라도 6월 남녀 성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는 안티 페스티벌 ‘성(性)벽을 넘어서’을 여는 등 활동은 계속할 예정이다. 홈페이지도 이프토피아(iftopia.com)에서 온라인이프(onlineif.com)으로 바꿨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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