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통쾌합니다.”
3일 한국을 찾은 미 풋볼스타 하인스 워드를 열렬히 환영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 묻자 혼혈인 이제임스(46)씨와 오죠디(44)씨는 순간 머뭇거렸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듯 잠시 망설이던 이씨는 이렇게 복잡한 심정을 표현했다.
“왜 서운하냐구요? 우리와 같은 한국인들이 ‘미국인’ 하인스 워드에게 엄청난 관심을 몰아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통쾌한 이유도 있습니다. 우리들에게 따뜻한 시선 한번 주지 않던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혼혈인인 하인스 워드에게 너도나도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고 있거든요.”
이씨와 오씨는 한국내 혼혈인 단체인 국제가족한국총연합에서 일하고 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이름을 제임스 이, 죠디 오로 쓰지 말라고 몇 번이고 당부했다. 한국 사람이니까 당연히 이름을 그렇게 불러야 한다는 뜻이다.
26년 동안 밤무대를 전전하면서 가수로 살아온 이씨는 하인스 워드에게 갈채가 쏟아지는 것에 불만은 없다고 했다. “그도 미국의 한인사회로부터 우리와 똑같이 차별을 받았습니다. 그 차별을 이겨내고 우뚝 선 겁니다. 영웅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이씨는 “엄연히 한국 사람인데도 몸 속에 섞인 다른 피를 문제 삼아 (혼혈인을)차별하고, 미국인인데도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며 (하인스 워드를) 우리나라 사람처럼 끌어 들이는 이기적인 시선이 섭섭하다”고 했다.
과일 무역업을 하고 있는 오씨가 받는 느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씨는 무역 일을 하기 전에 전국의 나이트 클럽을 돌며 DJ일을 했다. “처음에는 받아주는 데가 없었습니다. 그랬는데, ‘미국에서 활동하다 왔다’고 하니 사람들의 시선이 확 달라졌죠. 그렇게 해서 12년 동안 그 일을 했습니다.”
한창 때는 월 900만원씩의 월급을 받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늘 허전함이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혼혈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질 때마다 ‘몸값’이 떨어져 옮겨 다녀야 해서 회의가 몰려왔죠.”
두 사람은 차별만 없으면 국내 혼혈인 중에서도 제2의 ‘하인스 워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도와 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혼혈인들에게 덧씌워진 막연한 편견을 걷어내고 교육이나, 취업에서 똑같이 대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 뒤부터는 우리 스스로의 몫이죠.”
그들은 하인스 워드가 돌아간 이후를 생각하면 벌써 서글프다. “그의 방한으로 우리도 관심을 받고 있으니까 고맙지요. 그래도 그가 미국으로 돌아가고 나면 우리도 금세 잊혀지지 않겠어요?’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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