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두 달 앞두고 정당의 공약 남발이 갈수록 기승이다. 부실한 선거공약의 문제는 때마다 되풀이되는 ‘약방의 감초’ 격인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정당 개혁, 선거 개혁 해보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승부가 다가오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니 국민 기만이다. 공약 남발은 중앙당이 먼저 나서고, 특히 여당이 선도하고 있다. 가증스러운 모습이다.
호남 고속철의 중간 역 신설을 둘러싼 생색내기가 대표적이다. 열린우리당의 정책 간담회가 대전에서 공주역 신설을 약속하더니, 전북에서는 정읍역 신설 방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공주역 신설만 해도 이미 거론됐던 것으로 유권자를 현혹시킨 처사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경제성 문제로 아직 착공도 하지 않은 공사인데도 예산확보 방안이나, 역 신설의 타당성 여부 등은 불문곡직하고 그 지역에 듣기 좋은 소리부터 하고 보는 인기 발언들이다.
야당도 지지 않는다. 여당의 공주역 신설이 충남지역을 의식한 데 비해, 한나라당은 오송역을 확대 건설하겠다고 공약, 충북지역의 민심을 자극하려 했다. 한나라당은 또 김제공항 건설 재개를 약속했으나, 이 역시 채산성 문제로 아직도 착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호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당의 정책간담회가 선거용이라고 열을 올려 비난했지만, 정작 행동은 똑 같은 패턴을 답습하고 있다.
앞으로 선거운동이 공식화하면 각 후보 단위의 크고 작은 공약들이 무수히 나올 것이다. 예산과 타당성을 일일이 따질 겨를도 없이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공약 홍수는 언제나 선거를 혼탁케 하는 주범이고, 선거 혼탁의 피해와 상처는 항상 유권자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돈 선거는 강력한 처벌장치로 상당 정도 개선됐다지만, 거짓 공약은 처벌할 길이 없어 잡을 수도 없다. 유권자를 오염시키고 판단을 마비시켜 놓고 거기서 표를 구하겠다는 것은 사악하다. 여야의 탁한 경쟁은 선거의 민의를 망가뜨릴 수 있다. 유권자들도 냉철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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