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단골 미용실이 어디야? 나 오늘 거기 좀 가자.”
봄비 오는 날, 선배 시인이 이런 전화를 하고 우리 동네에 행차하셨다. 그녀는 강남에 사는 멋쟁이다. 옷이나 액세서리나 고급스러운 것을 즐기고 취향도 화려한 그녀가 강북 허름한 동네의 미용실을 찾아온 것은 ‘파마를 때글때글 하게’ 하기 위해서다.
머리 모양이 나와 비슷한데, “나는 왜 이리 파마가 잘 안 나오지?”하며 내 머리 파마가 잘 됐다고 칭찬했었다. 선배 차를 교회 주차장에 세워놓고 미용실에 갔다. 미용실 주인은 ‘때글때글’을 강조하는 주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파마약에 촉촉이 젖은 선배 머리칼이 롤에 감기고 유리벽 밖에는 봄비가 내렸다. 이제 곧 선배 머리나 거리의 나무들이나 생기 있게 부풀어 오르리라. 파마를 만 다음에 중화제를 바르기까지, 빈 한 시간을 보내러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명품 봄 코트 차림의 선배는 머리에 검붉은 꽃무늬 보자기를 터번처럼 둘러쓰고 즐거운 듯 걸었다. 보슬보슬 비를 맞으며 떡볶이와 김밥을 사 들고 좁은 계단이 통로인 찻집에 갔다. 버스 종점이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 앉아 차를 곁들인 간식을 하며, 머리를 맞대고 사람들 흉을 보는 즐거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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