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이 날로 급증, 지난 해에만 4만 건을 넘어섰다. 특히 농촌을 중심으로 외국인과의 결혼이 일반화하면서 군 단위로는 한해 국제결혼 비율이 40%를 넘어서는 곳도 나오고 있다.
한국적 취득자를 포함, 상주 외국인 숫자만 해도 전국민의 2%에 달하는 100만 명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지원을 요청하는 등 국지적으로 이미 중요한 정치 세력으로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가 급속하게 다인종, 다문화 국가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원래부터 단일민족이란 개념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일반 국민도 이제는 그런 폐쇄적이고 편협한 민족의식에서 탈피할 때가 됐다. 특히 국제결혼으로 출생한 혼혈국민에 대한 편견은 한국 정도의 국제적 위상을 자랑하는 나라의 국민으로서는 치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국민의 전향적 인식 전환과 함께 시급한 것은 외국인과 혼혈인들이 자연스럽게 동화하고 국민의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적 뒷받침이다. 유무형의 차별로 인한 소외감을 방치할 경우 10~20년 뒤에는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심각한 사회불안 요인이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국제결혼 가정을 방문해 무료로 한글과 수학을 가르치는 대구 경북 등 일부 지자체의 노력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학교에 특수교사를 배치하거나 교육방송 등을 통해 이들의 사회화를 돕는 방안들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세계화 국제화의 물결 속에서 외국인이나 혼혈인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소중한 재산이 될 수 있다. 전남 담양군 같은 곳에서 필리핀 여성들을 초등학교 생활영어 강사로 활용하는 것도 작지만 좋은 실례다.
마침 미국 프로풋볼의 영웅 하인스 워드가 어머니의 나라에 왔다. 혼혈로 인한 유년의 상처를 딛고 의연하게 성공한 워드와 그의 어머니를 진심으로 환영하면서 이번 방한이 우리 사회의 배타적 순혈주의를 진지하게 반성케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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