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은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기업에 들어가지 않는 거죠?”
“사실 우리도 의아했어요. 힘 있는 전직 고위관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인데….”
지난해 퇴직공직자 취업실태를 감사했던 감사원 관계자는 기자의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다.
문제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있었다. 이 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이 퇴직 직전 3년간 근무한 부서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분야는 퇴직 후 2년간 취업을 금지면서도 시행령에선 대상기업을 ‘자본금 50억원 이상, 외형 거래액 연간 150억원 이상’으로 한정한 탓이다.
행자부의 공직자 윤리팀 관계자는 “로펌이나 회계법인은 회사 설립에 큰 돈이 들지 않기 때문에 자본금이 기준에 미달하는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론스타 사태는 이 같은 법의 구멍을 더욱 커보이게 한다. 론스타는 최근 국세청의 세금추징에 불복, 국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하면서 로펌 김&장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그런데 김&장에는 최명해 전 국세심판원장, 서영택 전 국세청장, 황재성ㆍ이주석ㆍ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국세청 고위 간부 출신이 즐비하다. 이들은 대부분 퇴직 6개월 이내에 김&장에 둥지를 튼 사람들이다.
국세심판원의 최종 결정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엄정한 심판을 기대하기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로펌이나 회계법인에서 고문 등을 맡고 있는 이들의 주요 업무는 현직 간부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일이고, 상관으로 모셨던 사람의 부탁 아닌 부탁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게 우리의 공직풍토다. 결국 사회와 언론이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눈을 더 부릅뜰 수 밖에 없다.
정치부 신재연기자 po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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