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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화가 이상국 회고전 '침묵의 소리'/ 서른해… 가슴으로 새긴 '서민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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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화가 이상국 회고전 '침묵의 소리'/ 서른해… 가슴으로 새긴 '서민의 풍경'

입력
2006.04.0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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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목판화로 평가받는 이상국(59)의 작품 세계 30년을 돌아보는 전시회가 인사아트센터에서 5일 시작한다. 우리 시대 삶과 풍경에 서민적인 정서를 담아 일관성 있게 작업해온 작가다.

‘침묵의 소리’ 라는 부제를 단 이번 전시는 197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의 작품 140여 점을 풍경, 나무, 사람, 3개의 주제로 나누어 보여준다.

왜 ‘침묵의 소리’일까. “작품이 서사적이지 않다, 이야기가 아니라 시에 가깝다는 뜻”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전시작들은 툭툭 끊어진 짧은 선들이 어울려서 흑백의 대비로 만들어낸 간결한 형태를 담고 있다.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한 번 걸러 낸 반쯤 추상적인 표현이라 그의 말대로 서사적이지 않고 함축적이다. 낮지만 큰 울림이 들려온다.

그는 미술동네의 여러 주장이나 실험, 유행과는 멀리 떨어진 채 전통적이고 소박한 방식으로 목판화를 해왔다. 말수가 적고 나서지 않는 이 과묵한 작가는 작업방식도 우직하다.

보통 밑그림을 그려서 나무판에 대고 칼로 새기는 것과 달리, 처음부터 목판을 판다. 매끄러운 붓질 대신 뚝뚝한 칼맛으로 요리한 그의 풍경화는 군더더기는 싹 발라내고 뼈만 추려낸 것 같은 모양새다.

그런데 그 뼈들이 이루는 형상이 가혹하지 않고 부드럽다. 우줄우줄 춤을 추는 듯한 신명조차 느껴진다. 집들이 닥지닥지 들러붙은 산동네를 빼곡한 선으로 화면 가득 담을 때도 삶의 악다구니 대신 은근한 뚝심을 전한다.

70, 80년대 그는 중학교 미술교사로 있으면서 벌 서는 아이, 교무실 풍경, 학교 주변의 산동네 풍경, 공장지대, 거리의 맹인 가수 등을 그렸다.

친구인 오윤 등이 목판화로 민중미술의 한복판을 뚫고 가는 동안, 그는 운동에 발을 담그지는 않았지만 연민어린 조용한 눈길로 서민적 삶의 풍경을 작품에 꾸준히 담았다. 교직을 떠나 전업작가로 나선 뒤로는 자연 풍경에 집중해서 요즘은 산과 바다, 나무로 목판을 채우고 있다.

전시는 18일까지. (02)736-1020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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