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다, 이겼다." "천~안 현대!" 현대캐피탈의 승리를 예감하는 관중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현대캐피탈이 24-21로 앞선 3세트. 삼성화재 장병철의 스파이크 서브가 그물에 걸리는 순간 삼성화재의 10연패가 무산됐다. 동시에 지난 95년 슈퍼리그 우승 후 '만년 2위'에 머물던 현대캐피탈은 무려 11년 만에 챔피언에 등극했다.
2일 천안 유관순 체육관에서 벌어진 2005~06 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 최종 5차전. 현대캐피탈이 지난 97년 이후 10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 '무적함대' 삼성화재를 3-0(25-21 25-13 25-21)으로 격파했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특급용병 숀 루니와 주장 후인정의 타점 높은 좌우 강타는 삼성화재의 블로킹 벽을 농락하고도 남았다.
현대캐피탈이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선 3세트. 11-6으로 앞서던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 용병 프리디에게 연거푸 왼쪽 공격을 하용해 11-10까지 쫓겼다.
기세가 등등한 삼성화재의 상승세를 잠재운 것은 루니. 장병철의 블로킹 위로 스파이크 3개를 연달아 성공시킨 루니의 활약으로 현대캐피탈은 3세트마저 25-21로 마무리했다.
경기가 끝나자 승자도 패자도 울었다. 삼성화재는 회한의 눈물을, 현대캐피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신치용 감독을 9번 헹가래 쳤다. 비록 10연패 달성은 실패했지만 스승의 9연패를 자축하는 의미에서다.
"11년 만의 우승이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는 현대캐피탈 주장 후인정은 "빨리 땀을 씻은 뒤 동료들과 소주 한 잔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루니도 "소주를 축하주로 마실 수 있어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만큼은 승자도 패자도 함께 울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분위기였다.
승장 김호철 감독은 세터 권영민을 수훈갑으로 꼽았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궂은 일을 도맡았던 리베로 오정록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패장 신치용 감독은 "지난 10년간 우승 때문에 늘 부담스러웠는데 연승이 깨져서 후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여자부는 정규리그 막바지에 1위팀 감독을 교체해 구설수에 오른 흥국생명이 도로공사를 3-1(18-25 25-20 25-18 25-20)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챔프전 MVP를 차지한 김연경(35점)은 "프로 데뷔 무대에서 우승해서 기쁘다. 황현주 전 감독님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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